경남 바다가 끓는다…고수온 비상, 어민에게만 책임 떠넘겨서는 안 된다
경남 바다가 또다시 비상이다.
경남 도내 해역의 냉수대가 소멸함에 따라 지난 10일 오후 2시를 기해 통영시 비진도 서단에서 거제시 해역까지 고수온 주의보가 확대됐다.
이미 사천만·강진만·진해만에는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사실상 경남 연안 대부분이 고수온의 영향권에 들어간 셈이다.
이번 상황을 단순한 여름철 자연현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
폭염이 장기화되고 해수온 상승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고수온은 이제 양식어민에게 매년 찾아오는 ‘예외적인 재난’이 아니라 상시적인 경영 위험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냉수대 소멸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온을 유지하던 통영·거제 해역마저 빠르게 28℃에 접근하면서 양식어류의 폐사 가능성이 커졌다.
수온이 높아지면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가 줄어들고 어류의 생리적 스트레스가 커진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질병까지 겹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더욱 치명적이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양식생물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 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경남 곳곳에서 양식어류 폐사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번 고수온 특보 확대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경남도의 대응은 신속했다.
도는 긴급회의를 열어 사료급이를 중단하고 고수온 대응장비를 총력 가동하도록 했으며, 피해가 우려되는 양식어류의 긴급방류도 추진하고 있다.
남해군 삼동면에서는 조피볼락과 가숭어 치어 약 15만4천 마리를 긴급방류했고, 통영·거제·고성 등으로 방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산소발생기와 액화산소 등 대응장비 지원을 위한 국비도 추가 확보했다.
당장 눈앞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매년 고수온 특보가 내려질 때마다 장비를 투입하고, 물고기를 방류하고, 피해가 발생한 뒤 보상하는 방식만으로는 기후변화 시대의 양식업을 지켜낼 수 없다.
근본적인 산업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양식 품종 자체를 기후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
고수온에 상대적으로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한편, 지역별 수온 특성에 맞는 양식품종 선택과 사육밀도 조절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스마트양식과 실시간 수온·용존산소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
어민이 육안으로 이상징후를 확인한 뒤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이미 늦을 수 있다. 수온과 산소량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위험 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자동으로 산소를 공급하거나 사료 공급량을 조절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긴급방류와 조기출하 시스템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고수온이 예상될 때 건강한 치어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은 자원 보호와 피해 최소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방류 이후 생존율과 생태계 영향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넷째, 양식어민에 대한 재해 안전망을 현실화해야 한다.
기후재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모든 위험을 개별 어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사실상 어민들에게 ‘기후변화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보험제도를 현실화하고, 피해조사와 보상 절차를 신속하게 개선하며, 재해 예방시설에 대한 국비·지방비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후 보상보다 사전 예방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양식장 하나가 폐사하면 어민의 소득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투자한 종묘와 사료, 노동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지역 수산업과 유통·가공업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도 고수온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지원책을 찾는다면 이미 늦다.
이번에 경남도가 확보한 22억 원 규모의 고수온 대응장비 국비 지원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만큼 장비 지원을 넘어 품종 개발, 스마트양식, 재해보험, 양식시설 현대화, 수산재해 예측시스템 구축까지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고수온은 바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민의 생계 문제이고, 지역경제 문제이며, 결국 국민의 수산물 공급망과 식량안보의 문제다.
경남은 국내 대표적인 양식어업 지역이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고수온을 단순한 자연재해로 받아들이기보다 미래 수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구조적 위기로 바라봐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올해도 잘 버텨보자”는 임시방편이 아니다.
기후가 변했다면 양식업도 변해야 한다.
경남의 바다가 계속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어민들에게 적응하라고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행정과 연구기관, 대학, 수산업계가 함께 기후변화에 강한 새로운 양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고수온 경보가 울릴 때마다 장비를 켜는 행정에서 벗어나, 고수온이 와도 버틸 수 있는 양식업을 만드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남의 양식어민들이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고수온 시대 경남도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책무이지 않을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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