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났다고 끝이 아니다…사천서 지방선거 회계책임자 경찰 고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지 두 달여 만에 선거비용 회계 부정 의혹이 경찰 수사로 넘어갔다.
경남 사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지방의원 선거 후보자의 회계책임자 A씨를 선거비용제한액 초과 지출과 회계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A씨가 초과 지출한 금액은 260여만 원으로, 해당 선거의 선거비용제한액보다 5.9%를 초과한 것으로 선관위는 파악했다.
문제는 단순한 초과 지출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초과 지출 사실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이미 지급한 선거비용 일부를 돌려받은 뒤 회계보고서에 실제 지출액보다 적게 기재하거나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금 더 쓴 것”이 아니라 “숨기려 한 것”이 핵심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260여만 원이라는 금액 자체보다 왜 회계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느냐에 있다.
선거비용제한액은 후보자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의 상한선을 정해 과도한 자금 경쟁을 막고 후보자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제한액을 넘긴 뒤 이를 감추기 위해 비용 일부를 되돌려받고 회계보고서까지 허위로 작성했다면 문제의 성격은 단순한 회계 착오와는 달라진다.
선거비용의 실제 규모를 유권자와 선관위가 제대로 확인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선거 회계의 투명성을 정면으로 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법이 정한 기준도 엄격하다
공직선거법은 공고된 선거비용제한액의 200분의 1, 즉 0.5% 이상을 초과 지출한 경우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천 사건의 초과 비율은 5.9%로 법정 기준을 크게 웃돈다.
또 정치자금법은 회계책임자가 선거비용의 수입·지출을 은닉할 목적으로 허위로 기재하거나 누락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해당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재는 선관위가 경찰에 고발한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적 책임은 향후 수사와 사법절차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사건은 선거 회계가 단순한 행정서류가 아니라 공정한 선거를 뒷받침하는 핵심 제도라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선거 회계, 사후 서류검증만으로 충분한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후 적발 방식이다.
선거가 끝난 뒤 제출된 회계자료를 검증하는 현재의 방식만으로는 의도적인 은폐나 허위 기재를 초기에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선거비용은 선거운동 기간에 수많은 업체와 인력이 참여하면서 지출 항목이 복잡해진다.
따라서 전자 회계 시스템을 활용한 상시 모니터링과 이상 거래 탐지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일정 금액 이상의 지출이나 반복적인 환급·반환 거래, 선거비용제한액에 근접한 지출 등이 발생할 경우 선관위가 선거기간 중에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사후 적발보다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회계책임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에서 회계책임자의 법적 책임은 당연히 따져야 한다.
하지만 선거 회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회계책임자 개인에게 모든 부담을 집중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후보자와 선거사무소 관계자들이 선거비용제한액과 정치자금 회계 원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준수하도록 사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회계책임자가 실무 과정에서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관위의 상담과 검증 시스템도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유권자가 믿을 수 있는 선거를 위해
선거는 투표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누가 얼마를 썼고, 어디에 썼으며, 그 돈이 적법하게 사용됐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하는 과정까지 끝나야 비로소 선거의 공정성이 완성된다.
이번 사천시선관위의 고발은 단순한 지역 사건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선거비용제한액을 넘겨 쓰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계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면 선거제도의 신뢰 자체를 훼손할 수 있는 문제다.
선관위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회계보고 검증을 강화하고 유사 사례에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거가 끝난 뒤 적발하는 시스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걸리면 처벌’하는 선거 회계가 아니라, 처음부터 숨길 수 없게 만드는 선거 회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유권자가 자신의 한 표가 깨끗한 돈과 투명한 회계 위에서 행사됐다고 믿을 수 있을 때, 선거의 신뢰도 비로소 지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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