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표류한 사천 대진산단, 사업시행자 취소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사천 대진일반산업단지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는 당연한 선택이자 최소한의 행정조치다.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려 578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사업이 한 치 진척 없이 표류한 것은 행정의 무책임과 지역경제 침체를 불러온 참담한 실패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사천시는 이제 막 사업시행자 지위를 박탈하는 단계에 이르렀을 뿐, 진짜 과제는 지금부터다.
대진산단은 아직 ‘존재하는’ 산업단지이며, 단지 지정 자체가 취소된 것이 아니다. 그간 애매하게 방치된 부지는 안전 문제와 복잡한 권리관계가 얽혀 있어, 단순히 새로운 사업자를 물색하는 선에서 끝난다면 불과 10년 전의 실패가 되풀이될 위기다. 행정은 여기서 멈추지 말고 ‘취소 이후’의 현실적이고 명확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부지의 안전관리, 환경문제 해결, 권리 정리부터 첨예한 사회·경제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실질적 로드맵 제시 없이는 또다시 수년간 표류할 것이 뻔하다.
더욱 냉철해져야 할 부분은 사업성 검증이다. 2015년 계획 승인 이후 급격히 변한 시장환경, 투자조건, 환경규제, 금융여건 등을 반영해 지금 시점에서 이 사업이 과연 경제적 타당성을 갖는지부터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 무리한 개발 추진은 지역사회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신규 사업시행자를 선정한다면 반드시 재무능력, 자금조달 계획, 기업 유치 가능성, 환경 영향, 추진 일정과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공개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국 실질적 선택지는 하나 둘로 좁혀진다. 사업성이 확인되면 질 높은 우량 사업자를 통한 신속한 정상화만이 답이다. 그렇지 않다면 산업단지 지정 해제 및 원상복구를 포함한 출구전략을 조기에 검토해야 한다. 그 어떤 이유로도 11년째 방치된 땅을 또다시 숙제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결정을 미루거나 행정절차만 형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은 주민과 지역경제의 지속적 피해를 방관하는 것이자 행정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사천시는 이제 ‘취소 이후’의 책임 있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사천시는 이제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라는 결단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실패한 사업 정리에 대한 책임 있는 청사진을 공개하고, 주민과 이해관계자에게 부지의 현재 상태와 향후 계획을 투명하게 설명하며, 다각적인 해결책 모색에 나서야 한다. 이 사업은 이제 새 출발이냐, 계속된 표류냐를 가를 기로다. 사천시가 명확하고 실천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사회가 떠안게 될 것이다.
결국 대진일반산업단지 사태는 단순한 행정처분 문제가 아니다. 578억 투입 산업단지를 장기간 방치한 책임과 이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지역 경제와 주민 삶의 미래를 좌우한다. 사천시는 이번 취소 조치를 출발점 삼아 더 큰 행정 책임감을 발휘하고, 지역에 새로운 희망과 가치를 창출할 ‘취소 이후’ 전략을 반드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대진일반산업단지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는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천시는 이제 ‘취소 이후의 10년’을 만들지 말고, 명확한 처리방안과 시간표를 제시해야 한다. 만약 사업자만 바꾸고 뒷짐 지면 또 10년 후에도 똑같은 뉴스 나오기 십상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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