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인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경남 전역에 내린 비는 말 그대로 ‘가뭄을 씻어낸 단비’였다. 하지만 남해안에 쏟아진 비의 양은 단비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일부 지역에는 800㎜를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침수, 도로 유실 등 대규모 피해가 잇따랐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경남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다.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썼고, 전국소방동원령까지 내려질 정도로 가뭄 상황은 심각했다. 농업 현장에서는 물 부족으로 작물이 말라가고 있었으며, 경남 농경지 2,834㏊에서 고사와 잎마름, 열과 등 피해가 발생했다.
집중호우가 지나간 뒤 경남 농업용수 저수율은 눈에 띄게 회복됐다. 연휴 직전인 8월 14일 경남 평균 저수율은 32.2%에 불과했지만 폭우 이후 41.5%까지 상승했다. 특히 813㎜의 기록적인 비가 내린 거제는 저수율이 28.7%에서 73.6%까지 치솟았다.
이에 경남 전체 평균 저수율도 32.2%에서 41.5%로 회복되어 극심했던 농업용수 부족 상황이 일부 완화됐다. 그러나 내륙지역인 밀양은 여전히 심각 단계에 머물고 있고,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재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폭우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 강수량이 아닌 짧은 시간 내 집중된 시간당 50~100㎜의 폭우가 메마른 지반과 배수시설의 능력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특히 거제 옥포동에서 산사태로 1명 사망, 2명 부상이 발생했고 통영 산양읍 곤리도에서는 주택이 토사에 묻히는 피해가 보고됐다. 이처럼 극한 가뭄 뒤 단기간에 폭우가 쏟아지는 ‘가뭄 뒤 폭우’는 전형적인 기후변화 시대의 복합재난 형태로, 단순 재난 대비를 넘어선 통합적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해졌다.
경남은 산사태 위험지, 대형 절개지 및 주거 밀집 지역을 포함한 위험지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기상 예보와 저수율, 지반 상태 등의 정보를 융합해 신속한 주민 대피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또한 시간당 최대 100㎜에 달하는 극한 강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배수시설과 하천 정비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며 아울러 가뭄 해갈과 침수·산사태 피해 복구를 병행은 물론 피해 농가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책 마련도 필수적이다.
이번 경남 집중호우는 가뭄이라는 단일 재난이 끝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의 새로운 국면을 의미한다. 필요한 것은 단순히 많은 비가 아니라 폭우를 효율적으로 저장·관리하고, 재난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는 혁신적 물 관리와 재난 대응 시스템이다.
암튼 이번 비가 경남의 가뭄을 씻어낸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거제 등에서 발생한 산사태 피해는 ‘기후위기 시대의 단비’가 언제든 ‘재난을 부르는 폭우’로 바뀔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경남이 직면한 현실은 “단비가 곧 재난”이 될 수 있음을 냉철히 인식하고 미래 대비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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