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를 덮친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경남 남해안을 강타했다. 거제와 통영을 비롯한 지역 곳곳에서 주택과 상가가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도로와 시설물이 파손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이어졌다.
최대 900㎜를 넘는 폭우가 쏟아진 상황이다. 주민들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정치인의 말싸움도, 정당 간 세력 경쟁도 아니다. 무너진 삶의 터전을 복구하고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경남도의회의 모습은 씁쓸하다.
재난 앞에서 여야 모두 거제·통영의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행동은 제각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23명 전원 명의로 대정부 건의안을 추진하고 현장을 찾아 수해복구에 나섰다. 국민의힘 역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주장은 비슷하다.
그런데 왜 한목소리로 함께하지 못하는가.
재난 현장까지 ‘정치적 따로가기’여야 하나
수해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기자회견을 했는지가 아니다.
누가 더 많은 사진을 남겼는지도 아니다.
누가 어떤 정당의 이름으로 건의안을 제출했는지도 본질이 아니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신속한 복구와 충분한 지원이다.
경남도의회가 정말 도민을 위한 의회라면 답은 간단하다. 민주당 의원이 복구 현장에 가면 국민의힘 의원도 함께 가고, 국민의힘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하면 민주당도 함께 서명하면 된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건의안을 제출하면 된다.
정당이 달라도 수해 피해 주민 앞에서는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진짜 지방의회의 역할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는 전반기 의장단 구성 과정에서 쌓인 갈등과 주도권 경쟁의 앙금이 재난 대응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말은 같지만 몸은 따로 움직인다.
도민들이 보기에는 이것이 어떻게 보이겠는가.
정치권은 늘 위기 때마다 ‘초당적 협력’을 말한다. 하지만 정작 실제 행동에서는 정당의 이름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선다면 그 초당적 협력이라는 말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해냈느냐’다
이번 거제·통영 수해는 단순히 며칠 비가 많이 온 사건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기록적인 강수량과 산사태, 침수 피해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은 기존의 재난 대응체계와 배수·사면 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경고다.
지자체의 재정과 행정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피해라면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통해 국비 지원을 확대하고, 피해조사와 복구비 지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주택과 소상공인, 농어업 분야 피해 주민에 대한 생활 안정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원상복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에 무너진 사면을 다시 세우고, 침수된 도로를 다시 포장하는 것만으로 끝낸다면 다음 극한호우 때 같은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배수시설을 확충하고 산사태 위험지역을 정비하며,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의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비’가 이제는 더 이상 낯선 재난이 아닐 수 있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경남도의회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
이번 수해 대응에서 경남도의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거제·통영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위해 여야가 공동으로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둘째, 공동 건의안과 공동 현장 대응을 통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셋째, 피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예산이 적기에 집행될 수 있도록 도의회 차원의 지원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넷째, 이번 수해를 계기로 사면·배수·하천·도로 등 재난 인프라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국비 확보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이번만큼은 누가 공을 가져가느냐를 따지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이 먼저 제안했다면 국민의힘이 함께하면 된다. 국민의힘이 먼저 요구했다면 민주당이 함께하면 된다.
도민의 생명과 재산 앞에서 정당의 자존심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거제지역을 찾아 이틀째 수해복구 지원을 이어갔다.
도민은 ‘정치적 연출’보다 ‘공동의 결과’를 원한다
경남도의회가 기억해야 할 것은 아주 단순하다.
수해를 입은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정당 의원이 현장에 왔는지가 아니다.
물이 빠진 집을 얼마나 빨리 복구해 주느냐가 중요하다.
어느 정당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먼저 요구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실제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얼마나 신속하게 국비를 지원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느 정당이 건의안을 먼저 냈는지도 본질이 아니다.
그 건의가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이어졌느냐가 핵심이다.
정치권은 재난을 정치적 성과를 쌓는 무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지방의회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정치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정치보다 더 낮은 자세로 현장을 바라봐야 한다.
이번 거제·통영 수해가 경남도의회에 묻고 있는 질문은 하나다.
“정당보다 도민이 먼저인가, 아니면 정치적 주도권이 먼저인가.”
이에 대한 답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이 함께 피해 현장에 서고, 공동으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하고, 공동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하라.
그리고 수해가 끝난 뒤에도 함께 예산을 확보하고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어라.
재난 앞에서 ‘말 따로, 몸 따로’ 움직이는 의회는 도민에게 신뢰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
경남도의회가 이번 수해를 계기로 정치적 경쟁의 의회에서 도민을 위한 협력의 의회로 한 단계 올라서기를 촉구한다.
지금 거제와 통영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가 아니다.
복구다. 지원이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피해를 겪지 않게 하겠다는 책임 있는 행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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