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30년 투자·통상 전문가 발탁…LA·브뤼셀·자카르타 현장 경험 갖춘 글로벌 인재
경상남도가 글로벌 투자유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KOTRA 출신 투자·통상 전문가를 경남투자청장으로 영입한다.
경남투자경제진흥원은 8월 20일 신임 경남투자청장에 이장희 전 KOTRA 무역관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경남투자청장은 국내외 잠재 투자기업 발굴부터 투자유치 전략 수립, 투자기업 지원, 유관기관 협력까지 경남의 투자유치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단순한 기관장 교체가 아니다.
30여 년 동안 해외 현장에서 기업 투자와 통상을 다뤄온 전문가를 영입해 경남의 투자유치 방식을 ‘지역 중심’에서 ‘글로벌 타깃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KOTRA 30년 경력…LA·브뤼셀·자카르타 현장을 누볐다
이장희 내정자는 KOTRA에서 약 30년간 근무하며 해외투자와 통상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KOTRA 미국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을 시작으로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무역관장,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무역관장을 역임했다.
해외 현장에서 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유치와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를 지원하며 국제 비즈니스 환경을 경험했다.
본사에서도 투자전략팀장과 해외투자·유턴지원실장을 맡아 투자유치와 통상 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경남이 필요로 하는 ‘해외 기업을 찾아가 투자 가능성을 설득할 수 있는 실무형 투자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남 투자유치의 목표는 ‘기업 이름’이 아니라 ‘실제 투자’
하지만 글로벌 네트워크가 곧바로 투자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광역지자체마다 투자유치 조직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기업 유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투자 지역을 결정할 때는 단순한 지자체의 투자유치 의지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세제 혜택, 산업단지, 인프라, 인력 확보, 정주환경, 물류망, 연구개발 생태계, 행정 지원 등 다양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따라서 이장희 내정자의 진짜 시험대는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규모가 아니라 그 네트워크를 경남의 실제 투자로 전환하는 능력이 될 전망이다.
경남의 투자유치 전략, ‘제조업’에서 ‘미래산업’으로
경남은 조선·기계·자동차·원전 등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동시에 최근에는 우주항공, 방산, 원전, 미래모빌리티,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성장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청의 역할도 여기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과거처럼 산업단지와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방식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차별화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우주항공 기업을 유치한다면 단순 생산공장뿐 아니라 연구개발센터와 핵심 인력, 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함께 들어오는 산업 생태계형 투자유치 전략이 필요하다.
방산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방산기업과 글로벌 방산기업을 연결하고, 연구기관과 대학, 협력업체가 함께 움직이는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장기적인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맞춤형 투자유치’가 성패 가른다
앞으로 경남투자청이 집중해야 할 과제는 기업별 맞춤형 투자유치다.
모든 기업에 동일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투자 목적과 산업 특성에 따라 지원책을 달리해야 한다.
특히 경남의 전략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접촉하는 타깃 기업 발굴 전략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산업별·국가별로 투자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히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거나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잠재기업 발굴 → 사전 접촉 → 투자 조건 분석 → 현장 실사 → 인센티브 설계 → 투자협약 → 실제 착공 및 고용까지 전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지표는 ‘MOU’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유치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양해각서(MOU)와 실제 투자 사이의 간극이다.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것과 기업이 실제로 돈을 투입하고 공장을 짓고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따라서 경남투자청 역시 앞으로 단순한 투자협약 건수보다 실제 투자액, 신규 고용, 착공률, 사업 지속률 등을 핵심 성과지표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규모 투자협약을 발표한 기업이 실제 투자로 이어졌는지를 사후 관리하는 애프터케어 시스템도 중요하다.
기업이 투자 과정에서 행정절차나 인허가, 인력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투자청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까지 담당해야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 경남 산업 경쟁력과 연결해야
이장희 내정자가 가진 KOTRA 경력은 분명한 강점이다.
LA와 브뤼셀, 자카르타 등 주요 해외 거점에서 쌓은 경험은 경남이 해외 기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경남의 산업 경쟁력과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남이 가진 우주항공과 방산, 원전, 조선, 기계 등 산업 기반을 해외 기업에 정확히 설명하고, 해당 기업이 경남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사업적 이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결국 투자유치는 ‘경남이 얼마나 좋은 지역인가’를 홍보하는 일이 아니라 ‘왜 이 기업이 경남에 투자해야 하는가’를 설득하는 일이다.
경남투자청, ‘투자유치 창구’에서 ‘기업 성장 파트너’로
이번 인사를 계기로 경남투자청의 역할도 한 단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데려오는 것에서 끝나는 투자청이 아니라 투자기업이 경남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투자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투자기업의 생산시설 확대와 연구개발, 인력 확보, 수출시장 진출 등을 지원하고 지역 기업과의 협력까지 연결한다면 투자유치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신규 투자기업과 지역 중소기업을 연결해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납품망 구축 등을 지원한다면 단순한 외자 유치를 넘어 지역 산업생태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장희 내정자의 진짜 과제는 ‘글로벌 자본의 경남행’
경남투자청장에 이장희 전 KOTRA 무역관장을 내정한 것은 경남이 글로벌 투자유치 경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30여 년의 KOTRA 경력과 해외 현장 경험, 투자·통상 분야 전문성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평가는 냉정할 수밖에 없다.
몇 개 기업을 만났는지가 아니라 몇 개 기업이 실제로 경남에 투자했는지, 투자협약 규모가 아니라 실제 투자금이 얼마나 집행됐는지, 투자기업을 통해 지역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졌는지가 성과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경남이 우주항공·방산·원전 등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글로벌 기업과 자본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장희 내정자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가 경남의 산업 경쟁력과 결합해 ‘MOU 중심 투자유치’에서 ‘실투자·고용·산업생태계 중심 투자유치’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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