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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8-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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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보다 진실, 진영보다 사실…다시 묻는 기자의 본래 역할

기자의 펜은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받아쓰기·클릭 경쟁·정파성 넘어 ‘신뢰받는 기자’의 조건을 묻다

기사입력 2026-08-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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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는 신뢰에서 완성된다…기자의 펜이 지켜야 할 마지막 원칙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다. 기자는 권력을 감시하고, 감춰진 사실을 찾아내며, 시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전달한다. 그래서 기자에게는 질문할 자유가 주어지고, 때로는 권력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 취재의 자유도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가 곧 기자의 무제한적인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특히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고 공공의 문제를 비판하는 직업이라면, 그 누구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오늘날 언론이 신뢰의 위기를 겪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자의 첫 번째 의무는 ‘속도’가 아니라 ‘사실’이다


디지털 시대의 뉴스 생산 구조는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과거 기자에게 중요한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특종’이었다면, 지금은 누가 더 빨리 기사를 올리는가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됐다.

문제는 속도 경쟁이 지나치게 심해질 경우다.

정부나 수사기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거나,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재가공해 새로운 기사처럼 내놓는 이른바 ‘받아쓰기 저널리즘’이 확산될 수 있다.

속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빠르게 보도하는 것’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하는 것’을 혼동하는 순간 발생한다.

기자의 역할은 발표문을 전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말 그런가?”
“다른 쪽의 입장은 무엇인가?”
“발표에 빠진 사실은 없는가?”
“이 보도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없는가?”

이러한 질문을 한 번 더 던지는 것이 기자의 일이다.


조회수가 진실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인터넷 언론의 현실에서 클릭 수와 광고 수익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클릭을 얻기 위한 뉴스와 시민에게 필요한 뉴스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제목, 과도한 갈등 부각, 비슷한 내용의 기사 반복 생산, 유명인의 발언 일부만 떼어내는 방식의 보도는 순간적으로 높은 조회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반복되면 독자는 어느 순간 뉴스를 믿지 않게 된다.

결국 언론사 입장에서도 손해다.

한 번의 클릭은 수익을 만들 수 있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디지털 언론의 진짜 경쟁력은 조회수 자체가 아니라 ‘다시 찾아오는 독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있어야 한다.

독자가 제목을 보고 클릭하는 언론보다, “저 매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언론이 오래 살아남는다.


정파성이 사실보다 앞서면 언론은 ‘감시자’가 아니라 ‘선수’가 된다


언론의 또 다른 위기는 정파성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언론사와 기자 역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을 바라보는 기준까지 진영에 따라 달라진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내 편의 잘못에는 침묵하고 상대편의 잘못에는 과도하게 분노한다면, 그것은 감시가 아니라 편들기에 가까워진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특정 권력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기업이든 정당이든 시민단체든 마찬가지다.

언론의 기준은 ‘누가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했느냐’여야 한다.

같은 행동이라면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독자는 기사의 내용보다 “이 기사를 쓴 언론사가 어느 편인가”부터 생각하게 된다.

그 순간 언론의 공신력은 흔들린다.


권력 감시만큼 중요한 것은 ‘자기 감시’다


기자는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예산 낭비를 추적할 수도 있다.

기업의 부당한 행위를 비판할 수도 있다.

그것이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하나 바꿔볼 필요가 있다.

“기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언론사 내부의 편집권 독립과 취재 윤리, 이해충돌 방지, 오보 정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기자가 취재 대상과 친분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한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고, 정보를 얻는 것은 취재의 기본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누군가와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 부적절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기자 자신도 취재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객관성을 의심받을 상황이라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갖춰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의혹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남에게 엄격하고 나에게도 엄격한 언론’이어야 한다


언론 윤리의 출발점은 거창하지 않다.

남의 잘못을 지적할 때 적용했던 기준을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

이 원칙 하나만 지켜도 언론을 둘러싼 많은 논란은 줄어들 수 있다.

오보를 냈다면 빠르게 정정하고,

사실관계가 틀렸다면 사과하고,

취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설명하고,

기사에 오류가 있었다면 독자가 알 수 있도록 바로잡는 것.

이것이 언론의 품격이다.

실수하지 않는 기자가 좋은 기자인 것은 아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을 줄 아는 기자가 신뢰받는 기자다.


기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펜’이 아니라 ‘더 정확한 펜’


앞으로의 언론은 단순히 기사를 많이 생산하는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적게 쓰더라도 제대로 확인하고, 깊이 취재하고, 오래 추적하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첫째, 팩트체크를 강화해야 한다.
취재원 한 명의 주장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복수의 자료와 관계자 확인을 거쳐야 한다.

둘째, 심층·탐사보도를 확대해야 한다.
이미 발표된 내용을 반복하는 것보다 시민들이 알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찾아내야 한다.

셋째, 이해충돌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취재 대상과의 관계가 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내부적으로 이를 검토할 장치가 필요하다.

넷째, 정정 보도를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오류를 숨기는 언론보다 오류를 인정하는 언론이 오히려 더 신뢰받을 수 있다.

다섯째, 기자 스스로 미디어 리터러시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출처와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며,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한다.
 
기자의 펜은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받아쓰기·클릭 경쟁·정파성 넘어 ‘신뢰받는 기자’의 조건을 묻다


높은 마루와 넓은 처마가 가르쳐주는 것


마지막으로 옛 시구 하나가 오늘의 언론을 생각하게 한다.

軒高能却暑 헌고능각서
집에 마루가 높으니 능히 더위를 물리치고,

簷豁易爲風 첨활이위풍
처마가 넓으니 바람이 술술 통하는구나.

老樹陰垂地 노수음수지
큰 나무는 땅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遙岑翠掃空 요잠취소공
먼 산봉우리가 하늘을 푸르도록 쓸어가는 듯하구나.

높은 마루에는 더위를 피할 공간이 있고, 넓은 처마에는 바람이 통한다.

어쩌면 좋은 언론도 이와 비슷해야 한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시민에게는 가까워야 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좁은 공간에서는 바람이 막힌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특정 진영의 목소리만 들어오고 반대편의 목소리가 차단된다면 그 언론은 결국 스스로 만든 벽 안에 갇히게 된다.


언론의 마지막 자산은 ‘신뢰’다


기자는 세상의 어둠을 비추는 사람이다.

권력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사회의 균열을 찾아내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문제를 세상에 알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기자에게는 특별한 자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자유가 힘을 가지려면 책임이라는 무게를 함께 짊어져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권력을 비판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보도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때도 필요한 자유다.

그리고 기자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은 어쩌면 이것일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그 엄격한 기준을 나 자신에게도 적용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자의 펜은 힘을 갖는다.

남의 잘못을 찾는 날카로운 눈과 함께 자신의 오류를 바라보는 겸손한 눈.

그 두 가지가 함께 있을 때 언론은 감시자가 될 수 있고, 시민은 다시 언론을 믿을 수 있다.

결국 기자의 펜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은 권력도, 조회수도, 광고도 아니다.

신뢰다.

그리고 신뢰는 누군가가 선물해주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취재와 기사 한 줄 한 줄로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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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인터넷뉴스 문방주 대표 (jinju.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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