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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8-2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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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 고향사랑기부제에 ‘수입산’ 답례품 논란…“농민 염장 지르는 행정” 비판

농민·시민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왜 외국산인가”…답례품 원산지 기준 강화해야

기사입력 2026-08-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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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4년째를 맞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산 농축산물이나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밀양시가 ‘수입산’이라고 상품명에 명시한 참기름·들기름 꾸러미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보충하는 제도가 아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 기부를 유도하고, 답례품을 통해 지역 농특산물의 소비를 촉진해 지역경제와 농가소득을 함께 살리자는 제도적 취지가 핵심이다.

그런데 정작 답례품에 수입산 농축산물이나 외국산 원료가 들어간다면 과연 ‘고향사랑’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제도라고 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고향사랑기부제, 왜 시작됐나


고향사랑기부제는 2023년부터 시행됐다.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해당 지역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답례품은 기부액의 일정 범위 안에서 제공되며, 지역 특산품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품목이 주요 대상이다.

제도의 선순환 구조는 분명하다.

기부 → 세액공제 → 지역 답례품 구매·소비 → 지역 생산자와 소상공인 매출 증가 → 지방경제 활성화

즉, 기부금만 지방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답례품을 통해 다시 지역의 농민과 생산자에게 경제적 효과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다.

그렇다면 답례품의 핵심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당연히 ‘지역성’과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실익’​이어야 한다.


그런데 밀양시 답례품에 ‘수입산’이 등장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고향사랑기부제 공공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일부 지자체에서 외국산 농축산물 또는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품이 답례품으로 제공되고 있다.

부산 북구에서는 외국산 삼겹살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대전시에서도 미국산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한 제품을 답례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시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품명에 아예 ‘수입산’이라고 명시한 참기름·들기름 꾸러미​가 답례품으로 제공되면서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에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특히 농민 입장에서 보면 더욱 씁쓸한 대목이다.

지역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농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고향을 응원하기 위해 들어온 기부금으로 외국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한다면 지역 농가에는 어떤 도움이 돌아가는가.
 
밀양시 고향사랑기부제에 ‘수입산’ 답례품 논란…“농민 염장 지르는 행정” 비판


밀양시 해명은 “기부자 선택권 확대”


밀양시는 나름의 이유를 제시했다.

국산과 외국산 원료의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같은 비용이라면 국산 기름 한 병 대신 외국산 기름 세 병을 제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부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상품을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기부자에게 더 많은 답례품을 제공하려는 행정의 고민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여기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목적이 ‘답례품의 개수’를 늘리는 것인가, 아니면 ‘고향의 생산자’를 살리는 것인가.

답은 너무나 분명하다. 기부자가 세 병을 받느냐 한 병을 받느냐보다, 그 한 병이 지역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로 만들어졌느냐가 제도의 본질에 더 가깝다.


“물축제도 모자라 고향사랑기부제까지”…밀양 행정에 쏟아지는 비판


밀양시를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이 더욱 날카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서 밀양시는 극한 폭염과 장기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2026 밀양 수퍼 페스티벌 (밀양 물축제)를 강행하면서 밀양시의회 등에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진 상황에서 물을 사용하는 행사를 진행한 행정이 농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에서 다시 수입산 농산물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각각의 사안은 별개의 행정 문제다. 그러나 시민들이 느끼는 불만의 공통분모는 있다.

“지역 농민과 지역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행정인가?”

행정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정책적 판단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것과 시민의 상식과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고향사랑’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고향사랑기부금 관련 제도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품목을 답례품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법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바로 이 지점이 제도의 허점으로 지적된다.

‘지역에서 가공했다’는 것과 ‘지역에서 생산했다’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역 업체가 외국산 참깨를 들여와 지역에서 참기름을 생산했다면 사업체에는 경제적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농민이 생산한 참깨를 소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선순환을 진정으로 강화하려면 단순한 ‘지역 내 가공’​을 넘어 ‘지역 농산물의 사용 비중’​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것도 복잡하지 않다.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제공되는 답례품이라면 최소한 ‘고향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라는 상징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은 판로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는 기부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산 농산물로 만든 제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한다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다. 기부자는 단순히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돈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기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답례품에도 그 정신이 담겨야 한다.


해법은 ‘지역산 원료 우선’ 조례 강화


이제 지자체가 선택해야 할 때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유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제도의 취지에 맞게 답례품 선정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지자체 조례 개정이다. 

답례품 선정 과정에서 단순히 지역 내 사업자가 생산·가공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 지역 농산물 사용 여부 ▲ 주원료의 원산지 ▲ 지역산 원료 사용 비율 ▲ 지역 농가와의 계약재배 여부 ▲ 지역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참기름·들기름·김치·한우·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관련 품목은 원재료 원산지를 소비자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원산지와 지역산 원료 사용 비율을 명확하게 표시하는 제도도 검토할 만하다.


행정은 ‘법적 허점’보다 ‘정책의 신뢰’를 봐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돈이 아니다.

바로 신뢰다.

기부자는 자신의 돈이 지역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기부한다. 그런데 답례품을 열어봤더니 외국산 농산물로 만든 제품이라면 “내가 왜 이 지역에 기부했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한두 명의 기부자가 실망하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결국 고향사랑기부제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지방소멸을 막겠다며 만든 제도가 오히려 지역 농민의 판로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정책의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것이다.


밀양시가 보여줘야 할 것은 ‘수입산 3병’이 아니다


밀양시가 정말 기부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싶다면 답례품의 숫자를 늘리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다.

밀양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특산품을 다양화하고, 지역 농가와 생산자를 연결해 더 좋은 답례품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기부자에게 외국산 원료 제품 세 병을 제공하는 것보다, 밀양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지역 특산품 한 세트를 제공하는 것이 고향사랑기부제의 이름에는 훨씬 더 어울린다.

‘고향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그 안에는 최소한 고향의 땅에서 농민이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을 지킨다는 철학이 들어 있어야 한다.


결론…‘고향사랑’이라면 답례품부터 고향이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순한 기부금 모집 사업이 아니다.

지방재정을 보완하고, 지역 농특산물의 판로를 확대하며, 농민과 소상공인의 소득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런데 수입산 농축산물과 외국산 원료 가공품이 답례품으로 확대된다면 이 선순환 구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이 정책적으로 옳다는 뜻은 아니다.

밀양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지금 돌아봐야 할 것은 ‘기부자에게 얼마나 많이 줄 것인가’가 아니라 ‘기부자의 돈이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순환하도록 만들 것인가’​다.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외국산 농산물을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향의 농민과 지역 생산자를 살리는 답례품을 만들어야 한다.

농민들이 말하는 “고향사랑기부라면 답례품도 고향 것이어야 한다”​는 요구는 결코 과한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제도의 이름과 취지를 생각한다면 너무나 당연한 요구다.

밀양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이제 법의 테두리 안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시민과 농민의 상식에 답해야 한다. ‘고향사랑’이라는 이름을 걸었다면, 답례품부터 진짜 고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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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주 기자 (jinju.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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