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오는 9월 2일부터 11월 18일까지 ‘찾아가는 통합돌봄버스’ 하반기 운영에 들어간다. 사천시 서포면을 시작으로 창녕·거창·함안·창원·고성·양산·남해·의령·통영·진주·김해·거제·산청 등 도내 14개 시군의 산간·농어촌 지역을 찾아간다.
이번 사업의 의미는 단순히 ‘복지 서비스를 실은 버스가 마을을 방문한다’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복지관이나 보건소를 찾아가기 어려운 주민에게 행정과 의료, 생활서비스가 먼저 찾아간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농산어촌에서는 복지서비스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이용하기 어려운 주민이 적지 않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고령층에게는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보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느냐’가 훨씬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반기 400여 명 참여…만족도 91.3%가 보여준 가능성
경남도는 올해 상반기 하동·함양·밀양·합천 등 4개 시군에서 통합돌봄버스를 운영했다. 약 400명의 주민이 참여했고, 만족도 조사에서는 91.3% 이상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주민들이 이용한 서비스도 상당히 다양했다. 건강검진과 건강상담은 물론이고 대형 빨래 세탁, 주거환경 정비, 마음상담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서비스가 제공됐다. 특히 여러 기관을 각각 찾아가야 했던 서비스를 한 장소에서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농어촌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복지는 ‘무엇을 제공하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접근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행정복지는 주민이 행정기관이나 복지시설을 찾아오는 구조에 익숙했다. 그러나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어렵다.
통합돌봄버스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빨래부터 AI 돌봄까지…‘복지버스’가 아니라 생활복지 플랫폼
하반기 통합돌봄버스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단순한 복지상담에 머물지 않는다.
‘빨래방버스’는 대형 세탁물을 무료로 세탁해주고, ‘닥터버스’는 건강검진과 상담을 지원한다.
‘똑띠버스’에서는 AI 돌봄기기를 체험하고 건강정보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클린버스’는 주거 취약가구의 생활환경 개선을 지원한다.
여기에 키오스크와 태블릿PC 활용법 등을 알려주는 ‘에듀버스’까지 운영된다.
이 서비스 구성이 중요한 이유는 농어촌 주민의 어려움이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이 동시에 주거환경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고,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이 복지서비스 신청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통합돌봄은 의료 따로, 복지 따로, 생활지원 따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삶을 하나의 문제로 보고 여러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 이것이 통합돌봄의 본질이다.
그러나 ‘찾아가는 복지’만으로 충분한가
여기서 냉정하게 짚어볼 대목이 있다.
통합돌봄버스의 취지와 현장 만족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버스가 떠난 뒤 주민의 삶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사업은 이벤트성 복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농어촌 고령층의 건강과 돌봄 문제는 하루 만에 해결되지 않는다. 오늘 건강상담을 받고, 오늘 집을 청소하고, 오늘 복지상담을 받았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를 누가, 언제, 어떻게 지속적으로 관리하느냐다.
예를 들어 통합돌봄버스에서 독거노인의 건강 이상이 발견됐다고 하자. 현장 상담 이후 읍면동 복지팀이나 보건소, 의료기관이 즉시 연결되고 정기적인 방문관리로 이어진다면 통합돌봄버스는 강력한 복지 안전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상담기록만 남기고 현장 버스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면,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통합돌봄버스의 성패는 ‘방문 횟수’보다 ‘사후관리율’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이다.
14개 시군 확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성’
하반기에는 14개 시군으로 사업이 확대된다. 지역적으로 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다. 하지만 사업 대상 지역이 넓어질수록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바로 인력과 자원의 한계다. 넓은 농어촌 지역을 제한된 버스와 전문인력으로 모두 촘촘하게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단순히 “몇 개 시군을 방문했는가”, “몇 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는가”라는 양적 지표만으로 사업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지표가 필요하다.
-. 현장에서 발굴된 복지위기가구 수
-. 읍면동·보건소 등 후속 연계 건수
-. 연계 이후 실제 서비스 제공률
-. 지속관리 대상자의 사후관리 횟수
-. 의료·복지·주거서비스의 복합 연계율
-. 서비스 이용자의 재이용률과 장기 만족도
이런 데이터를 축적해야 통합돌봄버스가 단순한 이동식 복지사업인지, 아니면 지역 복지체계를 바꾸는 플랫폼인지 판단할 수 있다.
‘버스가 찾아가는 복지’에서 ‘지역이 책임지는 돌봄’으로
통합돌봄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주민을 직접 만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성과는 그 만남 이후에 만들어진다.
현장에서 발견한 주민을 읍면동 복지담당자와 보건소, 의료기관, 지역 복지관, 자활센터 등과 연결하고, 필요한 경우 민간자원까지 동원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돌봄버스 현장 → 대상자 발굴 → 즉시 연계 → 정기 방문 → 상태 변화 확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도 보조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장 방문이 어려운 기간에는 비대면 상담이나 디지털 복지 플랫폼을 활용하고, AI 기반 돌봄기기와 IoT 센서 등을 통해 독거노인이나 돌봄 취약계층의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다만 디지털 기술이 사람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고령층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기술과 사람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경남형 통합돌봄의 시험대는 ‘버스가 떠난 다음’
경남도의 통합돌봄버스는 방향 자체는 분명하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을 찾아가고, 흩어져 있던 복지·보건·생활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연결한다는 점에서 현장 중심 복지의 의미가 크다.
상반기 91.3%라는 높은 만족도 역시 사업 확대의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통합돌봄버스가 찾아가는 것은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의 삶’이어야 한다.
한 번 방문하고 끝나는 복지가 아니라 주민의 변화가 확인될 때까지 관리하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안에서 관계를 연결하는 복지가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통합돌봄버스가 몇 곳을 방문했는가?”가 아니라 “버스가 떠난 뒤에도 누군가 그 주민의 삶을 살피고 있는가?” 따라서 경남형 통합돌봄의 진짜 성패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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