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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8-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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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도로사업 9개 예타 통과…사천 우주항공·한산대첩교·서부경남 교통망 어떻게 달라지나

사천 우주항공 물류망·남해안 관광벨트·서부경남 생활도로 동시 강화…예타 통과보다 중요한 것은 국비 확보와 조기 착공이다

기사입력 2026-08-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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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1조5천억 도로망, 예타 통과가 끝이 아니다…이제는 ‘착공 속도’가 성패 가른다


경상남도의 도로 지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열렸다.

경남도가 민선8기부터 미래산업과 남해안 관광,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해 온 9개 핵심 도로사업이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 수립을 위해 중앙정부가 실시한 일괄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규모도 작지 않다. 9개 사업의 총연장은 50.5㎞, 총사업비는 1조5,036억 원​에 달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대형 SOC 사업의 성과다. 하지만 여기서 박수를 끝내서는 안 된다.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는 도로가 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다.

국가계획 반영을 위한 중요한 관문을 넘어섰다는 뜻일 뿐이다. 앞으로 설계비를 확보하고, 설계를 진행하고, 보상과 공사를 거쳐 실제 도로가 개통되기까지는 또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부터 경남도가 해야 할 일은 ‘예타 통과’라는 성과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착공과 개통으로 연결할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1조5천억 도로망, 경남의 산업 지도를 바꿀 수 있다


이번에 통과한 9개 사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도로 확충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 핵심은 산업·관광·생활권을 하나의 교통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미래전략산업 분야에서는 ▲창원 북면~창녕 부곡 국도79호선 2차로 신설(6.4㎞, 1,705억 원) ▲사천~진주 정촌 국도33호선 4차로 신설(6.1㎞, 2,718억 원) 등 2개 사업이 통과했다.

특히 사천~진주 정촌 구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천 우주항공 국가산업단지와 남해고속도로를 연결함으로써 우주항공산업의 물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산업은 연구개발만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다. 부품이 들어오고 제품이 나가야 한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이동해야 하고 인력과 물류가 원활하게 연결돼야 한다. 결국 산업단지와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도로망은 산업 경쟁력의 일부인 것이다.

사천 우주항공산업이 대한민국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공장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물류가 움직이는 길까지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천~진주 정촌 국도33호선은 단순한 도로사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산대첩교는 ‘다리 하나’가 아니다


이번 사업 가운데 지역의 관심이 가장 큰 사업 중 하나는 역시 한산대첩교다. 통영 도남동과 한산도를 연결하는 국도5호선 약 2.7㎞ 해상교량이다.

한산대첩교가 건설되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한산도 주민들의 일상이다.

현재 섬 지역 주민들에게 이동은 곧 생활권의 문제다. 병원에 가야 하고 학교에 가야 하며 행정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관광객에게는 여행의 문제일 수 있지만 주민들에게 교통망은 생존과 생활의 문제에 가깝다.

따라서 한산대첩교는 단순히 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교량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섬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 남해안 관광망을 확장하는 생활 SOC이자 관광 SOC로 봐야 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 도로와의 연결이다.

한산대첩교 하나만 놓고 관광효과를 기대한다면 한계가 있다. 통영 도산~고성 삼산 국도77호선 신설(3.8㎞, 1,365억 원), 향후 남해안 섬 연결도로망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비로소 남해안 관광벨트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즉, 이번 사업의 진짜 가치는 개별 도로가 아니라 네트워크에 있다.
 
경남 9개 핵심 도로사업 예타 통과, 무엇이 달라지나…우주항공·남해안 관광·균형발전의 길


서부경남에는 ‘개발도로’보다 ‘생활도로’가 더 절실하다


이번 예타 통과 사업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산청·하동·함양 등 서부경남의 도로사업이다.

▲하동 고전~하동 국도19호선 4차로 확장(8.8㎞, 1,530억 원) ▲산청 시천~단성 국도20호선 4차로 확장(7.1㎞, 1,428억 원) ▲산청 산청~차황 국도59호선 개량(6.7㎞, 838억 원) ▲함안 대산~의령 부림 국지도60호선 신설(7.2㎞, 1,457억 원) ▲함양 백전~서하 국지도37호선 개량(1.7㎞, 599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업은 사천 우주항공산업처럼 화려한 산업 키워드를 내세우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도로가 주민들의 삶에는 더 직접적이다.

굽은 도로를 펴고, 좁은 도로를 넓히고, 병목구간을 해소하고, 급경사와 결빙 위험구간을 개선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면서 대규모 산업단지와 관광개발만 강조한다면 반쪽짜리 균형발전되고 말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 안전한 도로가 있어야 하고, 병원과 학교, 시장과 일터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이번 9개 사업은 산업도로와 관광도로뿐 아니라 농산어촌의 생활권을 지키는 도로망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문제는 ‘예타 통과 이후’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예산과 시간이다.

예타를 통과했다고 해서 다음 날 설계가 시작되고 곧바로 공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계획 확정·고시와 설계비 확보, 기본 및 실시설계, 보상, 각종 행정절차가 남아 있다. 특히 1조5천억 원이 넘는 대형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려면 장기적인 국비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 경남도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예타 통과=사업 확정’이라는 안일한 분위기​다. 예타 통과는 출발선에 가깝다.

국가계획에 반영된 이후에도 예산 배정이 늦어지면 설계가 지연되고, 설계가 늦어지면 착공도 늦어진다.

결국 도민이 체감하는 것은 예타 통과 숫자가 아니다. “그래서 언제 공사가 시작되고 언제 개통되는가”​다.


더구나 12개 사업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성과를 평가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도 있다.

경남도가 당초 건의한 사업 가운데 모든 사업이 예타를 통과한 것은 아니다. 9개 사업이 통과했지만 12개 사업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따라서 경남도가 이번 결과를 ‘전면적인 도로망 확충’으로 과도하게 포장해서는 안 된다. 탈락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교통 불편과 도로 단절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에서 필요성이 높은 사업이 경제성이나 교통수요 등의 이유로 탈락했다면 단순히 다음 기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왜 평가에서 부족했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사업 논리를 다시 만들고 교통수요를 재산정하며 산업단지와 관광개발, 인구 변화 등을 반영해야 한다. 탈락 사업을 방치하지 않는 것 역시 균형발전 정책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경남도의 다음 과제는 ‘속도’와 ‘선택과 집중’


이번 예타 통과를 진짜 성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설계비부터 신속하게 확보해야 한다.
국가계획 반영 이후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업을 실제 단계로 끌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경남도와 해당 시군, 지역 국회의원이 역할을 나눠 국비 확보에 나서야 한다.

둘째, 사업별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9개 사업을 모두 똑같이 추진한다는 방식만으로는 효율적인 사업관리가 어렵다. 산업 파급효과가 큰 사업, 주민 생활 개선 효과가 큰 사업, 안전 개선이 시급한 사업 등을 구분해 착공 우선순위와 연차별 국비 확보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셋째, 도로와 산업·관광정책을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사천~진주 정촌 국도33호선은 우주항공산업과 연결해야 하고, 한산대첩교와 국도77호선은 남해안 관광벨트와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산청·하동·함양의 도로는 지역의 의료·생활권과 관광자원, 정주여건 개선과 함께 봐야 한다.

도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도로를 통해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산대첩교부터 사천~진주 국도33호선까지…경남 1조5천억 도로망의 의미와 과제


경남의 진짜 경쟁력은 ‘연결’에서 나온다


경남은 창원·김해·사천의 산업도시와 통영·거제·남해의 해양관광지역, 산청·하동·함양 등 서부경남 농산어촌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문제는 이 공간들이 서로 다른 속도로 발전해 왔다는 데 있다.

산업이 있는 곳에는 물류가 필요하고, 관광지가 있는 곳에는 접근성이 필요하다. 사람이 사는 지역에는 안전한 생활도로가 필요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이 도로다.

이번 9개 사업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천의 우주항공산업과 진주, 창원의 산업권을 연결하고, 통영과 고성의 관광권을 연결하며, 서부경남의 생활권을 연결하는 것. 그것이 이번 도로사업이 만들어야 할 최종적인 그림이다.

그러나 도로는 계획만으로 사람을 움직이지 못한다.

예산이 투입되고, 공사가 진행되고, 실제 차량이 달려야 비로소 경제적 가치와 생활 편의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이제 경남도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성과 발표’가 아니다.

예타 통과를 착공으로, 착공을 개통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다.

1조5천억 원의 도로망이 경남의 미래를 바꾸는 기반시설이 될지, 장기간 계획에 머무는 사업이 될지는 결국 앞으로의 행정 속도와 국비 확보 능력에 달려 있다.

이번 예타 통과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진짜 뉴스는 앞으로 나와야 한다. “예타 통과했다”가 아니라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뉴스는 이것이어야 한다. “경남의 새로운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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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주 기자 (jinju.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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