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8-29 13:20

  • 오피니언 > 사설칼럼

남해안 양식장 ‘복합 해양재난’ 비상…폭우·고수온·적조가 한꺼번에 덮쳤다

300만 마리 이상 폐사·61억 원 넘는 피해…방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양식업 생존전략을 바꿔야

기사입력 2026-08-29 10:57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남해안 양식장이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광복절 연휴 집중호우가 지나가자 이번에는 고수온이 덮쳤고, 바닷물이 뜨거워진 가운데 27일 오후 4시 경남 중부와 거제동부 앞바다 연안 2개 해역에 적조주의보를 발령하고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

폭우·저염분·고수온·적조가 연이어 발생하는 복합 해양재난이다.

8월 말 기준 경남 남해안에서만 양식 어류 300만 마리 이상과 멍게 수백 줄이 폐사하면서 61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한 해의 자연재해로 끝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 적조가 찾아왔다


이번 사태는 각각의 재해가 따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집중호우로 육상의 영양염류가 바다로 유입되고, 한동안 지속된 고수온으로 양식 생물의 생리적 스트레스가 누적됐다.

여기에 유해성 적조까지 발생했다.

특히 코클로디니움 적조가 높은 수온에서도 고밀도로 관측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나타나면서 어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번의 재해를 견디면 되는 것이 아니라, 앞선 재해로 약해진 양식장이 다음 재해를 연속해서 맞고 있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미 약해진 물고기’다


양식 어류에게 고수온은 단순히 물이 뜨겁다는 문제가 아니다.

장기간 고온에 노출되면 생리적 스트레스가 커지고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적조가 발생하면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적조 생물이 아가미 주변에 영향을 주면서 산소 교환을 방해하고, 이미 고수온으로 약해진 어류가 급격하게 폐사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민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이것이다.

한 번의 자연재해가 아니라 자연재해가 서로의 피해를 증폭시키는 ‘연쇄 재난’이다.


굴·멍게까지 피해…보상제도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집중호우로 인한 저염분 피해도 심각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어린 굴 종패의 대규모 폐사가 발생했고, 멍게 역시 고수온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 피해가 커질수록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현행 재해보상 체계가 복합재난의 현실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입식 신고 대상이 아닌 품목은 실제 피해 규모를 입증하기 어렵고, 고수온과 적조가 동시에 발생하면 정확한 폐사 원인을 판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결국 어민은 바다에서 한 번 피해를 입고, 행정 절차에서 또 한 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남해안 양식장 ‘복합 해양재난’ 비상…폭우·고수온·적조가 한꺼번에 덮쳤다


황토 살포만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당장 필요한 것은 신속한 방제다.

적조 발생 해역에 방제선을 투입하고 황토 살포와 해수 교반 등을 실시하는 한편, 양식어가에는 사료 공급 중단, 산소 공급, 가두리 수심 조절 등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적조가 발생할 때마다 황토를 뿌리는 방식만으로는 반복되는 기후재난에 대응할 수 없다.

바다의 평균 수온이 높아지고 극한기상이 빈번해진다면 양식업 자체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제 양식업도 ‘기후 적응 산업’으로 바꿔야


우선 고수온에 강한 품종 개발과 품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스마트 양식 시스템도 확대해야 한다.

수온과 용존산소, 염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산소를 공급하거나 양식장 관리자가 즉시 대응할 수 있는 ICT 기반 스마트 양식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연안에 집중된 양식시설을 외해로 분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해가 발생한 뒤 보상하는 정책’에서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피해를 줄이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어민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생존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번 남해안 사태는 우리에게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자연재해는 서로 독립적으로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

폭우가 오고, 염분이 떨어지고, 수온이 오르고, 적조가 번지는 식으로 재해가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적조·고수온·저염분을 각각 관리하는 칸막이 행정에서 벗어나 ‘복합 해양재난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피해조사와 보상 역시 복합재난을 전제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어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재난이 발생한 뒤 지급되는 일회성 지원금만이 아니다.

어떤 품종을 키울 것인지, 어디에서 키울 것인지, 어떻게 위험을 감지하고 언제 출하할 것인지까지 함께 설계하는 장기 생존전략이다.

남해안 양식업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이번 피해를 단순히 ‘역대급 적조 피해’로 기록하고 끝낼 것인가.

아니면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양식업 체계를 만드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인가.

선택할 시간은 많지 않다.

바다가 변하고 있다면 양식업도 변해야 한다.

#남해안적조 #경남적조 #코클로디니움 #적조주의보 #고수온 #양식장피해 #양식어류폐사 #멍게폐사 #굴종패 #수산재해 #남해안양식장 #기후위기 #해양재난 #스마트양식 #양식업위기 #경남수산업 #어민피해 #기후변화 #수산재해보험 #경남뉴스 #진주인터넷뉴스
 
전국 주유권, 편의점, 카페 등 10% 할인되는 모바일 쿠폰 '업플러스' 가입 안내
전국 주유권, 편의점, 카페 등 10% 할인되는 모바일 쿠폰 '업플러스' 가입 안내
 

문방주 기자 (jinju.news@daum.net)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