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깨어난 지리산 칠선계곡…‘칠선, 깨어나다’ 디지털 탐방 9월 1일 시작
지리산 칠선계곡이 AI와 디지털 기술을 입고 새로운 탐방 공간으로 변신한다.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는 지리산 칠선계곡의 생태와 역사, 설화를 AI 기술과 접목한 디지털 탐방서비스 ‘칠선(七仙), 깨어나다’를 오는 9월 1일부터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서비스의 핵심은 단순한 관광 콘텐츠를 넘어 탐방객 스스로 보고, 듣고, 움직이고, 미션을 수행하는 ‘자기주도형 디지털 탐방’을 구현했다는 데 있다.
특히 칠선계곡의 대표적인 이야기인 ‘칠선녀 전설’을 디지털 콘텐츠로 재구성하면서 자연경관 중심의 탐방에서 벗어나 생태·역사·설화가 결합된 스토리텔링형 관광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앱 설치 없이 QR코드 하나로 시작
‘칠선, 깨어나다’는 이용 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
탐방객은 출발지인 추성주차장에 설치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고 서비스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위치정보 기능을 활성화하면 탐방 과정에서 주요 지점별 AI 해설과 미션, 퀴즈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해당 장소에 도착하면 GPS 위치 인증을 통해 모바일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즉, 기존처럼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마트폰이 개인 해설사이자 탐방 미션북 역할을 하는 셈이다.
칠선녀 전설 따라 7개 명소 탐방
탐방 코스는 총 7개 주요 지점으로 구성된다.
추성주차장, 서암정사, 서복솔숲, 용소, 두지동마을, 칠선교 출렁다리, 선녀탕을 차례로 탐방하면서 각 지점에서 AI 해설과 미션을 경험할 수 있다.
7개 지점에서 GPS 인증을 완료한 뒤 만족도 조사에 참여하면 설문 스탬프 1개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총 8개의 스탬프를 모두 확보하면 최종 완주자가 된다.
완주자 가운데 매월 50명을 추첨해 5천 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도 지급한다.
여기에 산불조심기간이나 호우·대설 등으로 탐방로가 통제되는 경우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SNS 인증, 생태관광 프로그램 이용, 지역 상가 이용 등의 대체 미션을 마련했다.
이 부분은 단순히 ‘스탬프를 모으는 관광 이벤트’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탐방로가 통제되더라도 지역의 관광자원과 상권을 연결해 참여가 이어지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AI 관광의 진짜 시험대는 ‘편리함’보다 안전
그러나 AI 기반 디지털 탐방을 무조건 혁신으로만 평가하기에는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특히 칠선계곡은 일반적인 산책형 관광지가 아니다.
고난도 산악 탐방의 특성을 고려하면 ‘디지털 기술이 안전관리의 공백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I가 아무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탐방객이 실제 현장에서 다치거나 길을 잃었을 때 AI가 구조대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악지역에서는 GPS 수신 불량과 통신 음영지역, 스마트폰 배터리 방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첫 번째 문제는 통신과 배터리다
깊은 계곡과 원시림에서는 스마트폰 GPS가 항상 안정적으로 작동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통신이 끊기거나 배터리가 방전되면 AI 해설뿐 아니라 위치 확인과 디지털 인증 기능까지 동시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출발지에서 탐방객에게 오프라인 지도와 주요 대피지점, 비상 연락체계 등을 사전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보조배터리 대여 역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아도 안전한 탐방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디지털 취약계층이다
AI 탐방서비스가 젊은 이용자에게는 편리할 수 있지만 모든 탐방객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층이나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에게 QR코드 접속, GPS 활성화, 위치 인증, 미션 수행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출발지에서 디지털 탐방 이용방법을 직접 설명하는 현장 도우미를 운영하고, 글자보다 음성 중심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AI 관광’이 되려면 기술을 추가하는 것보다 기술을 몰라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편도 탐방의 ‘차량 회수 문제’도 풀어야
또 하나 놓치기 어려운 부분은 탐방객의 이동 문제다.
칠선계곡 탐방은 코스 특성상 출발지와 하산 지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차량을 이용하는 탐방객에게는 차량 회수가 현실적인 고민이 될 수 있다.
아무리 AI가 탐방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도 탐방을 마친 뒤 ‘어떻게 출발지로 돌아갈 것인가’까지 해결하지 못한다면 완성도 높은 관광서비스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무동·중산리 등 주요 하산 지점과 추성주차장을 연결하는 교통정보를 서비스에 포함하고, 성수기나 주말에는 셔틀버스 등 지역 맞춤형 교통수단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탐방’에서 ‘지역경제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
이번 사업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지역 상권과 연계한 대체 미션이다.
국립공원 탐방이 단순히 공원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마을과 상점, 생태관광 프로그램으로 연결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향후에는 지역 음식점이나 카페, 숙박시설, 체험 프로그램 등과 연계한 디지털 스탬프를 확대하고, 탐방객이 일정 금액 이상 지역에서 소비하면 추가 미션을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AI는 단순한 ‘해설 도구’를 넘어 국립공원과 지역관광을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지역 상권 연계가 특정 업체에 편중되지 않도록 참여 기준과 선정 절차를 투명하게 마련하고, 지역 주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연을 지키기 위한 ‘디지털 탐방’이어야 한다
칠선계곡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결국 AI가 아니라 자연이다.
디지털 콘텐츠가 지나치게 화려해지면 탐방객의 관심이 자연환경보다 스마트폰 화면에 쏠릴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AI 해설의 방향도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와 미션을 제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탐방객이 ‘왜 이곳의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가’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환경교육 기능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
특히 위치기반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민감한 생태지역에 탐방객이 과도하게 몰리지 않도록 탐방객 분산 기능과 특정 구간 접근 제한 등을 연계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성공적인 디지털 국립공원은 ‘사람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국립공원’이 아니라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더 깊이 이해하도록 만드는 국립공원이어야 한다.
6개월 시범운영, 성공 여부는 이용자 데이터에 달렸다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는 현장 시범운영을 통해 QR코드 접속 상태와 탐방 동선, GPS 인증 상태, 이용자 불편사항 등을 점검하고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서비스를 보완할 예정이다.
본 운영 기간은 2026년 9월 1일부터 2027년 2월 28일까지 6개월간이다.
이 기간 동안 단순히 몇 명이 참여했는지를 보는 것보다 어떤 지점에서 이탈하는지, GPS 인증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고령층과 외국인 이용자가 실제로 서비스를 얼마나 활용하는지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또한 탐방객 증가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지역 상권에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까지 함께 분석한다면 향후 다른 국립공원으로 확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모델이 될 수 있다.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 탐방시설과장 김영균은 이번 사업에 대해 단순한 모바일 스탬프 이벤트가 아니라 지리산의 생태와 역사, 지역의 이야기를 AI 기술을 활용해 탐방객이 직접 발견하고 체험하도록 설계한 새로운 형태의 탐방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탐방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연계한 체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 국립공원과 지역이 함께하는 생태관광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AI가 해설사가 되는 시대, 안전은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지리산 칠선계곡의 ‘칠선, 깨어나다’는 국립공원 관광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는 새로운 실험이다.
QR코드 하나로 시작해 AI 해설을 듣고, 미션을 수행하고, GPS로 스탬프를 모으는 방식은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관광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통신 두절, 배터리 방전, GPS 오류, 디지털 취약계층, 응급상황 대응, 차량 회수 문제 등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얼마나 촘촘하게 보완하느냐가 이번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립공원에서 AI의 역할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탐방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안전관리 체계를 보조하는 데 있어야 한다.
칠선계곡의 전설을 AI로 깨우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진정한 성공은 탐방객이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놓은 뒤에도 지리산의 숲과 계곡, 그리고 그곳을 지켜온 자연의 가치를 더 깊이 기억하게 만드는 데 있다.
AI와 자연, 관광과 지역경제, 편리함과 안전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
오는 9월 1일 시작되는 ‘칠선, 깨어나다’가 단순한 디지털 관광 콘텐츠를 넘어 대한민국 국립공원의 미래형 생태관광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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