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의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경남 유치 홍보전이 온라인에서 예상 밖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8월 10일부터 TV·라디오·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진행하고 있는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경남 유치 홍보영상이 3주 만에 누적 조회수 약 47만 회를 기록했다.
특히 매체별 특성과 이용층을 고려해 콘텐츠 형식과 메시지를 차별화를 하였는데 유튜브에서는 발전공기업 5개사를 무협소설 속 ‘다섯 문파’에 빗댄 이색적인 콘텐츠를 선보이며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공공기관 유치 정책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관심을 끌었다. 이에 본편 영상은 약 30만 회, 쇼츠 2편은 각각 약 7만 회와 1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딱딱한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무협이라는 익숙한 문화 콘텐츠와 결합한 전략이 대중의 관심을 끌어낸 셈이다.
하지만 조회수 47만 회가 곧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경남 유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홍보전의 진짜 성패는 온라인에서 얼마나 많이 봤느냐가 아니라, 이 관심을 정책 결정권자의 판단과 실제 유치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경남이 내세우는 핵심 카드는 ‘이미 갖춰진 에너지 인프라’
경남도가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의 최적지로 내세우는 논리는 비교적 분명하다.
첫 번째는 발전소와의 지리적 접근성이다.
경남에는 발전산업과 연계된 기존 산업·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통합본사가 들어설 경우 관련 기관과 산업 생태계의 연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에너지산업 기반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효성중공업 등 에너지 관련 기업이 자리 잡고 있어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을 넘어 발전공기업과 민간 에너지산업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경남도의 논리다.
세 번째는 진주혁신도시의 기존 인프라다.
특히 한국남동발전이 이미 경남진주혁신도시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경남이 다른 유치 경쟁 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즉 경남의 논리는 ‘새로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접근보다는 이미 구축된 혁신도시와 산업 인프라를 활용해 이전 비용과 시간을 줄이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문제는 ‘47만 조회수’가 정책적 영향력으로 이어지느냐
이번 홍보의 가장 큰 성과는 발전공기업 통합이라는 다소 복잡한 정책을 일반 시민들에게 쉽게 알렸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책 홍보에서 조회수는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됐다고 해서 산업통상자원부나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의 입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발전공기업 통합본사를 둘러싼 유치 경쟁에는 경남뿐 아니라 나주, 내포, 울산, 세종 등 여러 지역이 뛰어들고 있다.
결국 각 지역이 비슷한 홍보전을 펼칠 경우 마지막에 경쟁력을 가르는 것은 ‘누가 더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어느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더 합리적인가’라는 객관적 근거가 된다.
따라서 경남은 47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데서 멈추기보다 이 관심을 정책 논리와 숫자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 가장 강력한 논리는 ‘새로 짓지 않아도 된다’는 것
경남 유치 논리 가운데 정책 결정권자를 겨냥해 가장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 부분은 경제성이다.
다른 지역에서 통합본사를 새롭게 구축할 경우 청사 건립과 주변 기반시설 조성 등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반면 경남은 한국남동발전이 위치한 진주혁신도시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경남이 최적지입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경남으로 이전하면 얼마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얼마나 빠르게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가” 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는 것이 훨씬 강력하다.
신축 비용, 이전 비용, 업무 공백 기간, 교통·주거·교육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을 지역별로 비교한 ‘통합본사 입지 경제성 분석표’가 필요하다.
이 자료가 만들어진다면 경남의 홍보영상은 단순한 여론전에서 벗어나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정책 자료와 연결될 수 있다.
◆ 또 하나의 핵심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다
경남의 유치 논리는 단순히 “공공기관 하나를 가져오자”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발전산업의 구조 변화라는 보다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삼천포와 하동 등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가 진행될 경우 발전산업에 의존해온 지역경제와 노동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는 단순한 본사 이전이 아니라 기존 발전산업의 쇠퇴를 새로운 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하는 지역경제 전략으로 연결할 수 있다.
석탄화력에서 신재생에너지·수소·에너지신산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통합본사가 경남에 위치한다면 지역 산업계와 대학, 연구기관, 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렇게 접근하면 경남의 유치 명분은 한층 커진다.
‘공공기관 유치’에서 ‘에너지산업 전환과 지역경제 생존전략’으로 프레임을 확대하는 것이다.
◆ 홍보전의 다음 단계는 ‘민·관·정 원팀’이어야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실행력이다.
경남도가 아무리 좋은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도 중앙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라면 지역 정치권과 국회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남도와 지역 국회의원, 기초지자체, 시민사회, 대학, 에너지기업이 참여하는 민·관·정 공동 대응체계를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
국회 정책토론회와 정부 건의, 전문가 연구용역, 지역사회 결의대회 등을 각각 따로 진행하는 방식보다 하나의 로드맵 아래 묶어야 한다.
특히 경남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공동으로 정부에 정책적 필요성을 설명하고, ‘경남 유치가 국가 에너지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 47만 조회수는 성공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 유튜브 홍보의 성과는 분명하다.
공공기관 유치라는 딱딱한 정책을 무협이라는 파격적인 콘텐츠로 풀어내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냈고, 불과 3주 만에 47만 회라는 눈에 띄는 조회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정책은 조회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홍보가 관심을 만들었다면 이제 정책이 설득해야 한다.
경남이 발전공기업 통합본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프라 활용에 따른 비용 절감 ▲이전 기간 단축 ▲에너지산업 집적 효과 ▲진주혁신도시와의 연계성 ▲석탄화력 폐지 이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등을 객관적인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하는 치밀한 유치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47만 조회수는 경남 유치전의 성적표가 아니라 출발선이다.
이제 경남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화제성 영상이 아니라, “왜 경남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숫자와 논리 그리고 정치적 실행력이다.
결국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전의 승자는 가장 재미있는 홍보영상을 만든 지역이 아니라, 국가적 비용과 산업적 효과를 가장 설득력 있게 증명하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47만 조회수는 성공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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