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항노화연구원, 중기부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선정…‘발아땅콩오일·코르솔산’ 제품화 본격화
경남의 항노화 산업이 단순한 소재 개발을 넘어 국가 R&D와 제품화 단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재단법인 경남항노화연구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6년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디딤돌)’에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에는 도내 기업인 ㈜우리정원과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이 함께 참여하며, ‘발아땅콩오일과 코르솔산을 활용한 복합소재 기반 제품개발’을 추진한다.
총사업비는 2억6,600만 원이다. 연구기간은 2026년 7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총 18개월이다.
이번 선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국가 R&D 사업비를 확보했다는 데 있지 않다. 경남도가 그동안 추진해 온 기업 애로기술 지원과 선행연구가 실제 국가 R&D 수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 애로기술 지원’이 국가 R&D로 이어졌다
이번 성과의 출발점은 지난해 진행된 ‘2025년 항노화기업애로기술지원사업’이다.
경남항노화연구원은 ㈜우리정원과 함께 땅콩의 발아조건을 확립하고, 발아땅콩오일 혼합유의 배합비를 설정하는 한편 관련 성분을 분석하는 선행연구를 수행했다.
즉,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적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연구 결과를 다음 단계의 국가 R&D 과제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 구조는 지역 산업정책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방정부가 기업에 단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지원이 종료되는 순간 사업도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번 사례처럼 현장 애로기술 해결 → 기초·선행연구 → 국가 R&D → 제품개발 → 사업화로 연결된다면 하나의 지원사업이 다음 단계의 성장동력을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경남항노화연구원의 이번 중기부 과제 선정은 바로 이 선순환 구조가 실제 성과로 나타난 사례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발아땅콩오일과 코르솔산, 무엇을 개발하나
이번 연구의 핵심은 발아땅콩오일과 코르솔산을 활용한 복합소재다.
연구원은 기존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복합소재의 품질과 특성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제조공정을 표준화할 계획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재를 개발했다’는 사실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느냐다.
연구실에서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과 실제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18개월의 연구기간 동안 소재의 특성 분석뿐만 아니라 제조공정의 재현성, 품질관리, 제품 적용 가능성 등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확보하느냐가 향후 사업화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 R&D 선정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이번 과제 선정은 분명 긍정적인 성과다.
하지만 지역 바이오·항노화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국가 R&D 선정 자체를 최종 성과로 봐서는 안 된다.
총사업비 2억6,600만 원과 18개월이라는 조건에서 소재의 심층 분석과 공정 표준화, 제품개발까지 추진해야 하는 만큼 연구개발과 사업화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지가 과제로 남는다.
특히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이후에는 생산시설 확보, 제품 인증과 인허가, 디자인과 브랜드 구축, 판로 확보, 마케팅, 투자 유치 등 또 다른 장벽을 넘어야 한다.
흔히 R&D 사업에서 말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다.
연구개발비가 종료된 뒤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필요한 추가 자금과 지원이 끊긴다면, 어렵게 확보한 국가 R&D 성과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참여, ‘사업화 신뢰도’ 높일 기회
이번 과제에는 양산부산대학교병원도 협력기관으로 참여한다.
이는 향후 제품의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항노화·바이오 소재 시장은 소비자에게 단순히 ‘좋은 원료’라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객관적인 성분 분석과 기능성 검증, 안전성 자료 등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축적돼야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과 연구기관, 의료기관이 각각의 역할을 분담해 연구성과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축적한다면 향후 제품화와 마케팅 과정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의료기관의 참여가 곧바로 제품의 효능이나 사업적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연구 결과에 맞는 추가 검증과 관련 규정, 제품 유형에 따른 인증·인허가 절차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경남 항노화 산업, ‘지원 규모’보다 ‘지원 연결성’이 관건
이번 사례가 경남의 바이오·항노화 산업에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지원사업의 연결성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 번의 지원금보다 연구단계에 맞춰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기업 애로기술 지원사업에서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국가 R&D 사업으로 연결하고, 국가 R&D가 종료되기 전에 사업화 자금과 투자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후에는 시제품 제작, 생산공정 구축, 판로개척, 국내외 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는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경남 전체를 하나의 항노화 산업 생태계로 발전시키려면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지역에 지원이 집중되는 것을 넘어, 지역별 기업과 연구기관, 병원, 대학 등이 참여할 수 있는 협력 네트워크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연구 성공’에서 ‘시장 성공’으로 기준을 바꿔야
이번 중기부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선정은 경남항노화연구원과 지역 기업이 축적해 온 연구성과가 국가 R&D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발아땅콩오일과 코르솔산 복합소재가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안정적인 제조공정을 확보하며,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상품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기간 동안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동시에 연구 종료 이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후속 사업화 자금과 민간 투자 연계, 생산시설 확보, 판로 확대, 국내외 시장 진출 전략 등을 연구개발 단계부터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사업의 성공 여부는 ‘2억6,600만 원의 R&D 과제를 확보했다’는 데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경남의 기업 애로기술 지원이 국가 R&D를 거쳐 실제 제품과 매출, 일자리로 연결되는가.
바로 이 지점이 경남 바이오·항노화 산업의 다음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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