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2027년 국비 11조6,811억 확보…“숫자는 늘었지만 핵심 현안은 줄줄이 빠졌다”
경상남도의 2027년 정부예산안 반영 국비가 11조6,811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11조892억원보다 5,919억원, 5.3% 증가한 규모다.
겉으로 보면 분명한 성과다. 경남도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비 11조원 시대를 이어가며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기반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특히 산업·R&D 분야 국비가 1조807억원으로 86.4% 급증한 반면, SOC 분야는 1조5,447억원으로 15.1% 감소했다. 농림·수산 분야도 9.7%, 교육 분야도 1.7% 줄었다.
결국 이번 예산안은 경남의 미래산업에는 상당한 힘을 실었지만, 도민들이 체감할 광역교통망과 지역 기반시설, 일부 공공의료·재난복구 사업에서는 뚜렷한 공백을 남겼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산업·R&D는 ‘폭증’…경남 미래산업에는 청신호
2027년 경남 국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산업·R&D 분야다.
피지컬 AI를 비롯해 우주항공, SMR(소형모듈원전),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성장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예산이 대폭 확대됐다.
문화·관광 분야 역시 1,828억원으로 전년보다 38.0% 증가하면서 관광산업과 지역문화 경쟁력 강화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됐다.
보건·복지 분야도 4조8,164억원으로 4.4% 증가했고 환경과 공공질서·안전 분야 역시 소폭 증가했다.
문제는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사람과 기업이 실제로 이동하고 정착할 수 있는 생활·교통 기반이라는 점이다.
SOC 15.1% 감소…경남 광역교통망은 빨간불
가장 뼈아픈 대목은 SOC다.
경남의 2027년 SOC 국비는 1조5,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거제~통영 고속도로 건설사업 타당성 조사비 24억원이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상징적이다.
거제와 통영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은 단순히 도로 하나를 건설하는 문제가 아니다.
조선산업과 관광산업을 동시에 품고 있는 남해안권의 산업·관광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간 이동시간을 줄이며, 인구와 기업의 접근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시설이다.
그런데 사업 추진을 위한 타당성 조사비조차 정부안에서 빠졌다는 것은 향후 사업 추진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여기에 한산대첩교 건설, 동남권순환 광역철도 등 주요 광역교통 현안도 정부안에 충분히 담기지 못했다.
경남도가 국비 총액 증가를 성과로 내세우는 것과 별개로, 도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보다 ‘정작 필요한 사업에 얼마나 들어갔느냐’다.
우주항공·첨단산업도 신규 인프라 일부 좌절
미래산업 분야 역시 모든 것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경남이 우주항공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하는 우주산업 특화 3D프린팅 기술 통합지원센터 구축사업의 첫해 국비 30억원도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첨단산업은 기업을 유치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연구개발과 시험·인증, 장비 공동활용, 소재·부품·제조기술 지원 등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할 기반시설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따라서 신규 인프라 사업의 지연은 단순한 예산 미확보가 아니라 기업 투자와 기술개발 일정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다.
경남이 우주항공과 SMR, 피지컬 AI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다면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도 동시에 따라가야 한다.
공공의료·수해복구도 정부안 밖으로 밀려나
민생 분야에서도 아쉬움이 크다.
지역 거점 공공의료 기능 강화를 위해 추진되는 거창적십자병원 이전·신축 사업이 정부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가 컸던 거제·통영 일대 수해복구 사업 역시 정부예산안 편성 시점과 피해 발생 시점이 맞물리면서 이번 정부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재난은 예산 편성 일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부예산안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해서 피해 주민들의 복구가 늦어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수해복구는 일반적인 신규사업 증액과 별개로 예비비와 재난 관련 재원을 포함한 신속한 복구 재원 확보 방안을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국회에서 반드시 뒤집어야 한다
정부예산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해서 경남의 2027년 국비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최종 관문은 국회다.
따라서 경남도는 지금부터 ‘정부안 확보’보다 ‘국회 증액 확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우선순위도 분명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 거제~통영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비 24억원을 비롯한 광역교통망 예산을 최우선 증액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우주산업 특화 3D프린팅 기술 통합지원센터 30억원 등 미래산업 기반시설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거창적십자병원 이전·신축 등 공공의료 사업은 지역 의료격차 해소라는 명확한 논리를 앞세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적극 설득해야 한다.
넷째, 거제·통영 등 호우 피해지역의 복구는 별도의 재난 대응 체계를 통해 신속하게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11조원’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국비의 질이다
경남의 2027년 국비 11조6,811억원은 분명 의미 있는 규모다.
특히 산업·R&D 분야가 86.4% 증가한 것은 경남이 제조업 중심의 기존 산업구조를 넘어 첨단산업과 미래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정부 정책과 방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국비 총액 증가만으로 지역 현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SOC가 15.1% 감소하고 핵심 신규 교통사업이 빠졌으며, 우주항공산업의 필수 인프라와 공공의료 사업까지 미반영된 상황이라면 경남도는 이를 단순한 ‘아쉬움’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과 홍보가 아니라 국회 증액을 위한 전면전이다.
정부예산안은 출발점일 뿐이다.
경남도와 지역 국회의원, 18개 시·군이 여야를 넘어 하나의 협상 전선을 구축하고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동시에 설득해야 한다.
11조6,811억원을 확보했다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빠진 24억원과 30억원, 그리고 그 이상의 지역 현안을 어떻게 되찾아올 것인지가 진짜 실력이다.
2027년 경남 국비 예산의 성패는 결국 정부안의 숫자가 아니라 국회 최종 심사에서 얼마나 증액을 관철하느냐에 달렸다.
경남도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11조원 시대 안착’이라는 성과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빠진 핵심 사업까지 되찾아 진짜 지역발전 예산을 완성할 것인가.
국회 예산 심사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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