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순 경남 남해안을 강타한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통영시 전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됐다.
경상남도에 따르면 정부는 9월 4일 통영시 전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확대 선포했다. 지난 8월 21일 산양읍과 봉평동만 우선 지정된 이후 피해 규모를 다시 조사한 결과, 통영시 전역이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을 충족한 데 따른 조치다.
이번 결정으로 통영의 수해 대응은 단순한 응급복구를 넘어 지역 전체의 피해시설을 체계적으로 복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왜 통영 전역으로 확대됐나
정부는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행정안전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림청, 경남도, 통영시 관계 공무원 및 민간 전문가 등 200여 명이 참여한 중앙합동조사를 실시했다.
당초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은 국고지원 기준 피해액의 2.5배인 102억5,000만 원을 넘는 경우다.
통영은 중앙합동조사를 통해 피해 규모를 다시 확인한 결과 이 기준을 충족하면서 기존 산양읍과 봉평동에 한정됐던 특별재난지역이 통영시 전역으로 확대됐다.
특히 통영은 육지뿐 아니라 섬과 해안 지역이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어 초기 피해조사만으로 전체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이번 추가 선포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초기 선포에서 빠졌던 지역…형평성 논란도
이번 특별재난지역 확대 선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역 간 형평성 문제다.
8월 21일 1차 선포 당시 통영에서는 산양읍과 봉평동만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주택과 도로, 농경지, 해안시설 등 피해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왜 특정 지역만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느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특히 피해 신고가 늦게 이뤄진 지역의 경우 초기 조사에서는 실제 피해 규모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따라 통영시와 경남도는 피해 신고를 추가로 접수하고 누락된 피해를 확인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했다.
결국 중앙합동조사를 통해 피해 규모가 재확인되면서 통영시 전역이 특별재난지역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통영의 지리적 특성이 피해조사를 어렵게 했다
통영의 수해복구가 다른 지역보다 복잡한 이유는 섬과 해안이 많은 도시 구조 때문이다.
통영은 수많은 도서 지역과 긴 해안선을 끼고 있어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육상 피해와 함께 해안·어업시설 피해까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폭우로 육지에서 떠내려온 토사와 각종 부유물이 해안으로 유입되면서 해양쓰레기 문제가 발생하고, 양식장과 어업시설 피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피해조사 역시 육지처럼 차량으로 한꺼번에 이동하며 확인하기 어렵다. 섬 지역은 선박 이동과 기상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 현황 파악에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특별재난지역 전역 확대는 단순히 피해액이 증가했다는 의미를 넘어 도서·해안지역 재난 대응체계의 한계를 다시 확인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으로 무엇이 달라지나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지정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복구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경남도와 통영시가 부담해야 하는 복구비 가운데 일부를 국가가 추가 지원하게 되면서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정부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피해 주민에 대한 지원도 확대된다.
기존 재난지역에 적용되는 재난지원금과 국세·지방세 납부 유예,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 25개 지원에 더해 특별재난지역에 적용되는 건강보험료 경감, 전기요금 및 도시가스요금 감면 등 13개 항목이 추가된다.
결과적으로 피해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총 38개 항목으로 확대된다.
다만 특별재난지역 지정 자체가 피해 주민의 모든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지원 규모와 대상은 피해 유형과 피해 확인 결과, 각 지원제도의 세부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정’보다 ‘복구 속도’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제부터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끝났다고 해서 수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복구하느냐가 시민들이 체감하는 정책 성과를 결정하게 된다.
특히 통영처럼 섬과 해안지역이 많은 곳에서는 단순히 무너진 시설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방식만으로는 같은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러한 문제를 고려해 대규모 피해시설에 대해서는 단순 원상복구가 아니라 피해 원인을 분석한 개선복구사업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침수되는 도로와 배수시설, 산사태 취약지역, 해안시설 등에 대해서는 기존 시설을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배수능력과 방재기능을 높이는 방식의 복구가 필요하다.
통영 수해복구, ‘재발 방지’까지 가야 한다
이번 집중호우는 통영의 재난 대응체계가 어디에서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첫째는 피해조사의 신속성이다.
도서지역의 피해가 늦게 확인되는 구조라면 앞으로는 드론과 위성영상, 모바일 피해신고 등을 적극 활용해 초기 피해조사의 정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는 해안·어업시설에 대한 별도 대응체계다.
육상 주택이나 도로 피해와 해안·양식장 피해를 동일한 방식으로 관리하기보다 통영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해양재난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는 소규모 취약시설에 대한 신속복구다.
좁은 골목과 노후주택이 밀집한 지역은 대형 장비가 접근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복구가 늦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장비 투입만 기다리기보다 소규모 복구 전담인력과 장비를 별도로 운영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통영시 전역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의 핵심은 지원 범위를 넓히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집중호우에 견딜 수 있도록 배수시설과 도로, 산사태 취약지역, 해안시설을 다시 점검하고, 도서지역이라는 통영의 특성을 반영한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경남도는 중앙재해대책본부에서 피해 복구계획이 심의·확정되는 대로 후속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 역시 통영시 전역의 특별재난지역 확대 선포를 계기로 피해 주민들의 조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신속한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특별재난지역 확대 선포가 통영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지정’에서 멈추지 않고 ‘신속한 지원→현장 복구→재발 방지’로 이어지는 후속 조치가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관건이다.
통영의 이번 수해는 단순한 복구비 지원 문제를 넘어, 기후변화로 강해지는 집중호우에 지방도시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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