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오션플랜트 매각, 누가 지역의 약속을 책임질 것인가
기업의 주인은 바뀔 수 있다.
주식도 팔 수 있고, 경영전략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온 미래까지 넘겨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SK오션플랜트 지분 35.62% 전량을 디오션자산운용 측 컨소시엄에 약 4,1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경남 고성지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SK오션플랜트는 단순한 제조기업이 아니다.
고성군 동해면 양촌·용정지구를 중심으로 대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의 미래산업과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왔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하나다.
새로운 대주주는 고성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SK그룹의 사업 재편, 고성에는 ‘지역경제 리스크’가 됐다
SK그룹 입장에서 이번 매각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일 수 있다.
기업은 수익성과 재무상태, 미래 성장성을 따져 사업을 사고팔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자리 잡은 지역이 감당해야 할 위험이다.
SK오션플랜트는 고성군에서 상당한 규모의 생산시설과 고용을 기반으로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업으로 성장했다.
더욱이 해상풍력이라는 미래산업과 연결돼 있다.
따라서 대주주가 바뀐다는 것은 단순히 주주명부의 이름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투자계획이 유지될 것인지, 생산기지가 확대될 것인지, 신규 고용이 이어질 것인지, 지역 협력업체와의 거래가 유지될 것인지가 모두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고성군이 긴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조원 투자와 3,600개 일자리…이 약속은 어떻게 되는가
SK오션플랜트가 고성군 동해면 양촌·용정지구에 추진해 온 대규모 생산기지 계획은 지역사회에 상당한 기대를 안겼다.
약 1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세계 최대 수준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기회발전특구 지정 당시에는 직접고용 3,600명과 3조1,346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되기도 했다.
숫자는 거대하다.
그러나 지역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다.
그 숫자가 실제 현실이 되느냐는 것이다.
3,600명의 일자리가 계획서에만 존재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1조원의 투자계획이 발표자료에만 남는다면 지역사회가 기대했던 산업 전환도 공염불이다.
따라서 대주주가 바뀐 지금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화려한 인수 발표가 아니다.
기존 투자계획을 그대로 이행할 것인지부터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SK에코플랜트가 소유한 SK오션플랜트가 사모펀드(PEF)인 디오션 컨소시엄에 4,100억 원 규모로 매각되면서, 지역 사회 반발과 해상풍력 사업 연계 차질 등 여러 주요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고성군이 반발하는 이유를 단순한 ‘기업 간 거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정상적인 경영권 거래”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고성군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기업을 유치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는 막대한 행정력을 투입한다.
도로를 만들고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각종 인허가와 행정절차를 뒷받침한다.
지역 주민 역시 기업 유치를 통해 만들어질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한다.
정부 역시 기업의 지방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정책적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환경 속에서 기업이 성장한 뒤 대주주가 바뀐다면, 지역사회는 당연히 묻게 된다.
“그동안 지역이 제공한 지원과 희생에 대한 책임은 누가 이어받는가?”
이 질문을 ‘기업의 경영권’이라는 이유 하나로 덮어서는 안 된다.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에 주는 선물이 아니다
특히 기회발전특구라는 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에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와 인구, 산업생태계를 함께 성장시키기 위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이다.
기업에 대한 지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기업이 지역에 투자하고, 지역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상호 책임의 구조가 있다.
따라서 투자계획이 흔들리고 고용계획이 축소되거나 지역상생 약속이 사라진다면 특구 지정의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고성군이 ‘경남 1호 기회발전특구 해제 검토’까지 거론한 것도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다만 특구 해제는 최후의 카드여야 한다.
특구를 없애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특구의 목적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매각이라고 무조건 ‘먹튀’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여기서 냉정하게 구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새로운 주체가 자산운용사 또는 사모펀드라는 이유만으로 투자 축소나 ‘먹튀’를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새 대주주가 어떤 투자전략과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생산시설을 확대할 수도 있다.
해상풍력 사업을 더욱 공격적으로 키울 수도 있다.
반대로 단기 수익성을 이유로 신규투자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도, 근거 없는 비관도 아니다.
계약과 숫자, 일정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고용 승계”만으로는 부족하다
새 인수주체가 전원 고용 승계, 지역인재 채용, 지역업체 거래 확대 등을 약속한다면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이제는 선언만으로 부족하다.
몇 명을 고용할 것인가.
언제까지 투자할 것인가.
1조원 투자계획은 유지되는가.
해상풍력 생산기지 규모는 어떻게 되는가.
지역업체와의 거래 규모는 얼마인가.
지역인재 채용 목표는 몇 명인가.
협력업체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이런 내용이 구체적인 숫자와 일정으로 문서화돼야 한다.
그리고 그 문서는 지자체와 기업의 공동협약 수준을 넘어 정기적인 이행점검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약속은 말로 할 때 가장 쉽게 바뀐다.
숫자와 일정으로 적어놓을 때 비로소 책임이 된다.
해상풍력 산업의 연결고리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SK오션플랜트 문제를 더 크게 봐야 하는 이유는 해상풍력 산업 때문이다.
고성은 단순히 한 기업의 생산공장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풍력과 조선·기자재 산업을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대규모 생산기지가 들어서면 주변 협력업체가 성장하고 물류가 확대되며 숙련인력 수요가 증가한다.
여기에 지역대학과 직업교육, 청년인재 양성까지 연결된다면 하나의 산업클러스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핵심 기업의 투자 방향이 흔들리면 주변 생태계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SK오션플랜트 매각을 “한 기업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수준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
고성이 추진해 온 해상풍력 산업 전략 전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경남도와 고성군도 이제 ‘유치’보다 ‘관리’를 보여줘야 한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을 유치하는 순간까지가 행정의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이 들어온 이후부터가 더 중요하다.
투자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고용은 유지되는지, 지역업체와의 거래가 확대되는지, 특구 지정 목적이 달성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이번처럼 대주주가 변경되는 상황에서는 경남도와 고성군이 공동으로 투자·고용·지역상생 이행점검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투자액과 고용인원, 지역업체 거래실적 등을 공개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기업을 믿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숫자와 데이터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해법은 ‘매각 반대’가 아니라 ‘약속의 승계’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무조건적인 매각 반대가 아니다.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권 거래를 지방정부가 막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핵심은 명확하다.
대주주가 바뀌어도 지역사회와의 약속은 바뀌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첫째, 기존 투자계획의 승계 여부를 공식화해야 한다.
둘째, 1조원 규모 투자와 고용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연도별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지역인재 채용과 지역업체 우선 거래 등 상생협약을 문서화하고 정기적으로 이행상황을 공개해야 한다.
넷째, 경남도·고성군·기업·지역사회가 참여하는 공동협의체를 상설화해야 한다.
다섯째, 기회발전특구의 지정 목적이 훼손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정책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4,100억원보다 중요한 것은 고성의 미래다
4,100억원이라는 매각 규모는 시장에서는 중요한 숫자다.
하지만 고성군민에게 더 중요한 숫자는 따로 있다.
1조원 투자.
그리고 3,600명의 직접고용.
더 나아가 3조1,346억원의 생산유발효과라는 지역경제의 미래다.
이 숫자들이 실제로 지역경제에 남느냐가 진짜 문제다.
기업의 주주는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기업 유치를 위해 투입한 행정력과 공공 인프라, 주민들의 기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공공의 목표까지 함께 사라져서는 안 된다.
이번 매각을 계기로 오히려 더 분명하게 해야 한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권 거래는 존중하되, 지역사회와의 약속까지 자유롭게 폐기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
SK오션플랜트의 새로운 주인이 누군지는 이제 두 번째 문제다.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새 주인은 고성에 무엇을 투자할 것인가.”
두 번째는 이것이다.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세 번째는 더 중요하다. “지역사회와의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고성의 미래산업을 위해 지방정부가 제공한 기반과 국가의 기회발전특구 지원이 특정 기업의 단기적인 경영전략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번 매각이 고성의 위기가 될지, 오히려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결국 답은 새 대주주가 보여줄 투자와 고용, 그리고 지역상생의 실천에 달려 있다.
기업의 주인은 바뀌어도 고성의 미래까지 바뀌어서는 안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환영도, 비난도 아니다.
약속을 숫자로 적고, 일정을 정하고, 끝까지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
그것이 4,100억원짜리 기업 매각보다 훨씬 중요한 고성의 진짜 계산서다.
#SK오션플랜트 #SK오션플랜트매각 #SK에코플랜트 #디오션컨소시엄 #4100억원 #고성군 #고성뉴스 #경남뉴스 #경남경제 #고성경제 #해상풍력 #경남해상풍력 #해상풍력산업 #해상풍력하부구조물 #기회발전특구 #고성기회발전특구 #지역경제 #지역일자리 #고용승계 #지역상생 #기업매각 #기업투자 #경남산업 #고성산업 #지역균형발전 #경남도 #고성군민 #산업생태계 #미래산업 #지역경제활성화
전국 주유권, 편의점, 카페 등 10% 할인되는 모바일 쿠폰 '업플러스' 가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