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에는 100%, 현장은 25%…경남도 결산, 무엇을 믿어야 하나
경남도의 2025회계연도 결산을 둘러싸고 심각한 질문이 던져졌다. 장부에는 예산을 모두 집행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사업비 상당액이 쓰이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한 숫자상의 착오가 아니다. 지방정부가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배정했느냐가 아니라 그 돈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졌는지, 주민에게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가 행정의 성과여야 한다.
그런데 예산을 시·군에 교부한 것을 사실상 ‘집행’으로 보고, 사업량 역시 100% 달성한 것으로 평가했다면 과연 도민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행정의 성과를 판단해야 하는가.
경상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가 8일 제436회 정례회 제2차 회의에서 2025회계연도 경남도 결산을 심사하면서 드러난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연안정비사업, 장부상 100%와 실제 집행 25.4%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연안정비사업이다.
경남도는 지난해 통영·사천·고성·남해 등 4개 시·군에 총 104억1700만 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균특회계와 도비 79억8600만 원을 시·군에 교부했고, 경남도 결산에서는 이 금액을 전액 지출한 것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현장은 전혀 달랐다.
시·군의 실제 집행액은 20억2568만 원, 실집행률은 고작 25.4%였다. 무려 59억6032만 원이 다음 연도로 이월됐다.
그런데 결산 사업설명서에는 사업량 달성도가 100%로 기록됐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돈을 시·군에 내려보내는 것이 사업의 완성인가. 아니면 실제 공사가 진행되고 주민이 그 결과를 누리는 것이 사업의 완성인가.
후자가 상식이라면 현재의 결산 방식은 반드시 손질해야 한다.
인증부표 사업도 ‘성과’와 ‘집행’ 따로 놀아
인증부표 보급사업 역시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결산설명서에는 지난해 인증부표 보급 계획과 실적을 각각 37만 개로 기록하고 달성률을 100%로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집행액은 약 27억8000만 원에 그쳤고, 23억4934만 원이 이월됐다.
서류만 보면 목표를 정확하게 달성한 사업이다. 하지만 예산 집행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상당한 금액이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은 셈이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
‘교부액’과 ‘실집행액’을 같은 의미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에서 시·군으로 돈이 이동한 순간을 집행으로 잡는 회계상 구조가 행정 내부에서는 설명될 수 있을지 몰라도, 주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도민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 어느 기관의 계좌로 이동했느냐가 아니다.
그 돈으로 무엇이 만들어졌고, 얼마나 진행됐으며, 어떤 효과가 발생했느냐다.
경상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는 8일 제436회 정례회 제2차 회의를 열었다.
목표를 낮춰놓고 ‘초과 달성’이라 부르는 성과평가
더 큰 문제는 성과지표다.
경남도는 지난해 해양쓰레기 수거 목표를 9000t으로 설정했다. 실제 수거량은 1만633t이었다. 이에 따라 성과 달성률은 118%로 평가됐다.
숫자만 보면 훌륭한 성과다.
그러나 전년도 수거량은 1만4313t이었다. 전년보다 무려 3680t, 25.7% 감소했다.
그런데도 성과평가에서는 ‘목표 초과 달성’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것은 성과관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목표를 낮게 잡으면 달성률은 높아진다. 목표를 높게 잡으면 달성률은 낮아진다.
그렇다면 행정기관이 목표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설정했는지에 대한 검증 없이 단순히 ‘목표 대비 몇 퍼센트 달성했는가’만 평가하는 방식은 성과평가라 부르기 어렵다.
성과평가는 숫자를 예쁘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전년보다 나아졌는지, 당초 사업 목적을 달성했는지, 주민에게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해양환경교육 실적은 자료마다 달라
해양환경교육에서는 더욱 황당한 문제가 나타났다.
성과보고서에는 목표 인원 1600명, 실제 교육 인원 2319명, 달성률 145%로 기재됐다.
그런데 지난 7월 업무보고에서는 지난해 계획인원이 2534명, 실제 교육인원이 3230명으로 보고됐다.
같은 사업인데 자료에 따라 목표와 실적이 달라진다면 성과평가의 신뢰성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예산과 성과를 관리하는 행정에서 숫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정책의 성적표다.
그 성적표가 자료마다 다르다면 어느 숫자를 기준으로 예산을 다시 편성하고 정책을 개선해야 하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
이월액 292억 원…‘예산을 잡아두는 행정’ 이제 끝내야
지난해 해양수산국의 이월액은 명시이월과 사고이월을 합쳐 292억8556만 원에 달한다.
물론 모든 이월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대규모 SOC 사업이나 행정절차, 공사기간 등 불가피한 사유로 예산이 다음 연도로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사업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부터 확보하고, 실제 집행은 뒤로 미루는 관행이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예산은 한정된 재원임에도 불구하고 상당 기간 사업에 묶인다.
다른 시급한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고, 결국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 폭도 좁아진다.
특히 지방재정 여건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예산을 확보했다’는 사실 자체를 성과처럼 홍보해서는 안 된다.
예산 확보는 출발점일 뿐이다. 집행과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과가 아니라 미완성 사업일 뿐이다.
결산제도도 ‘돈의 이동’에서 ‘사업의 결과’로 바꿔야
이번 논란의 본질은 특정 사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지방재정의 결산과 성과평가가 ‘예산이 어느 기관으로 넘어갔는가’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최소한 세 가지를 분리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예산 교부액이다.
도에서 시·군으로 얼마를 내려보냈는지를 기록해야 한다.
둘째, 실제 집행액과 집행률이다.
시·군이 실제로 얼마를 집행했는지를 별도로 공개해야 한다.
셋째, 사업의 물리적·정책적 성과다.
공정률, 사업 완료율, 수혜 주민, 지역경제 효과, 환경 개선 정도 등 실제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하나의 숫자로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
‘100% 달성’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제 결산보고서의 성과지표도 바뀌어야 한다.
행사 횟수, 교육 인원, 지원 건수처럼 비교적 쉽게 숫자를 채울 수 있는 지표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산사업이라면 최소한 전년도 실적과 비교한 개선 정도, 실제 집행률, 사업 완료율, 주민 체감효과,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을 함께 봐야 한다.
특히 목표 설정 단계부터 외부 검증이 필요하다.
목표를 지나치게 낮게 잡아놓고 120%, 140% 달성했다고 평가하는 구조라면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목표를 높게 잡을 유인이 사라진다.
결국 ‘성과를 잘 낸 행정’이 아니라 ‘성과가 좋아 보이게 만드는 행정’이 살아남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경남도 재정운영, 이제 ‘집행률’보다 ‘실효성’을 봐야
지방정부의 재정은 도민의 세금과 이전재원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예산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그 예산이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가 핵심이다.
경남도 역시 앞으로 결산을 단순한 회계 절차로 끝내서는 안 된다.
사업별로 교부액 → 실제 집행액 → 이월액 → 공정률 → 최종 정산 → 정책성과가 한눈에 보이는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은 현장 확인을 의무화하고, 반복적으로 이월되거나 실집행률이 낮은 사업은 다음 연도 예산 편성 때 감액 또는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성과지표 역시 전년도 실적과 연계해 임의적인 목표 하향 조정을 막아야 한다.
결론…장부가 아니라 현장이 행정의 성적표가 돼야 한다
이번 경남도의회 결산심사에서 드러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장부상의 집행과 현장의 집행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장부에는 100%인데 현장에서는 25.4%라면, 행정은 어느 숫자를 기준으로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목표보다 많이 했다고 기록됐는데 실제로는 전년보다 실적이 크게 줄었다면, 과연 그것을 ‘성과’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제 답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예산을 내려보낸 것은 집행이 아니다. 목표를 넘겼다는 숫자만으로 성과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진짜 결산은 돈의 이동을 기록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돈이 실제로 쓰였는지, 사업이 실제로 진행됐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도민의 삶을 얼마나 바꿨는지까지 확인하는 것이 진짜 결산이다.
경남도가 재정 운용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제 ‘장부상 100%’라는 숫자보다 ‘현장 실집행률과 최종 성과’를 앞세워야 한다.
그것이 세금을 낸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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