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바둑이 치매 예방에 도움? 뇌를 계속 쓰는 습관이 노년 건강을 좌우한다
나이가 들수록 가장 걱정되는 건강 문제 가운데 하나가 치매다.
그런데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거창한 운동이나 어려운 두뇌훈련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즐기는 활동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꾸준히 실천하기 쉽다.
그런 측면에서 당구와 바둑은 눈여겨볼 만하다.
당구는 몸을 움직이면서 공의 위치와 각도, 힘의 세기, 다음 수까지 계산해야 한다. 바둑 역시 상대의 수를 예측하고 여러 경우의 수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즉 두 활동 모두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놀이가 아니라 신체활동과 인지활동, 사회적 교류가 동시에 이뤄지는 생활형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당구나 바둑 자체가 치매를 확실하게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뇌와 몸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건강한 생활습관의 한 요소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당구는 ‘움직이는 두뇌 스포츠’
당구장에 들어가면 의자에 앉아 공만 바라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생각보다 몸을 많이 움직인다.
공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당구대 주변을 걷고, 방향을 바꾸고, 자세를 낮추거나 허리와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반복한다.
무엇보다 당구의 핵심은 계산이다.
공의 두께와 진행 방향, 회전, 힘의 세기, 쿠션의 각도 등을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 현재 공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음 공격까지 고려해야 한다.
상대에게 좋은 공을 남기지 않기 위한 수비까지 생각하면 한 번의 샷에도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결국 당구는 몸을 움직이는 동시에 시각적 판단력과 공간지각능력, 집중력, 문제해결 능력을 사용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바둑은 ‘생각을 멈추지 않는 운동’
바둑은 더욱 직접적으로 두뇌를 사용한다.
한 수를 놓기 위해서는 현재의 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여러 상황을 예상해야 한다.
상대가 어디에 둘 것인지, 내가 그곳에 대응하면 다음에는 어떤 변화가 발생할 것인지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이 과정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판단력, 전략적 사고가 함께 동원된다.
특히 바둑은 한 번의 판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 수, 수백 수에 걸친 장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인지 자극이 발생한다.
주목받는 연구 결과…시니어 프로기사의 뇌는 달랐다
바둑의 장기적인 인지 활동과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한국기원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은 평균 66세의 시니어 프로기사 29명과 평균 63세의 일반 고령 남성 50명의 뇌를 MRI 등을 통해 비교했다.
연구에서는 평균 54.6년 동안 바둑을 둔 시니어 프로기사들의 우측 중간 전두회 부피가 일반인보다 약 17%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밀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프로기사 집단에서 좌우 뇌를 연결하는 구조적 공분산이 주요 뇌 네트워크 전반에서 강하게 형성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장기간 바둑을 둔 사람에게서 특정 뇌 부위뿐 아니라 뇌 네트워크의 구조적 특성에서도 차이가 관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뇌의 특정 구조가 크다고 해서 치매가 예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 결과는 장기간의 바둑 활동과 뇌 구조·연결성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지, 바둑이 치매를 치료하거나 예방한다는 인과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정보일수록 이런 차이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진짜 강점은 ‘뇌만 쓰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당구와 바둑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두뇌게임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당구는 움직임이 있다.
바둑은 상대방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
두 활동 모두 혼자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과 달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이것은 고령층의 건강관리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활동 감소와 사회적 고립이 함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구장이나 기원에서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며 게임을 즐기는 과정 자체가 정서적 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매 예방 음식’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치매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흔히 특정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부터 찾는다.
하지만 한 가지 음식이나 특정 취미만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신체활동,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사회적 활동, 지속적인 인지 자극, 만성질환 관리 등 여러 생활습관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당구와 바둑은 상당히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당구가 접근하기 쉬운 활동이 될 수 있고, 앉아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바둑이 좋은 인지활동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느냐다.
당구와 바둑, 이렇게 즐기면 더 좋다
두뇌 건강을 위해 당구와 바둑을 활용한다면 단순히 경기 결과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당구를 칠 때는 평소보다 조금 더 걸어 다니고, 공의 각도와 다음 수를 직접 계산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바둑을 둘 때는 상대방의 다음 수를 미리 예상하고, 왜 특정 수를 선택했는지 복기해보는 것도 두뇌 자극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즐겁게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억지로 하는 두뇌훈련은 오래가기 어렵지만, 재미있는 취미는 자연스럽게 반복하게 된다.
‘치매 예방’이라는 말에 너무 기대서는 안 된다
건강정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당구를 오래 치면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거나, 바둑을 두면 치매를 막을 수 있다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은 피해야 한다.
치매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당구와 바둑은 치매 예방을 위한 만능 해법이 아니라 뇌 건강을 관리하는 생활습관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오히려 이런 접근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바둑을 둔다”보다 “나이가 들어서도 몸과 머리를 계속 쓰기 위해 당구와 바둑을 즐긴다.”
이렇게 접근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 쓰는 것’
우리 몸은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뇌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하고, 기억하고, 사람과 대화하고, 몸을 움직이는 일상적인 자극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당구와 바둑은 꽤 매력적인 취미다.
당구는 걷고 계산한다.
바둑은 생각하고 예측한다.
그리고 둘 다 사람을 만나게 한다.
치매 예방이라는 거창한 목표 하나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
오늘 한 판의 당구, 한 판의 바둑을 즐기면서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고 사람과 웃는 것.
어쩌면 이것이 노년의 뇌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일 수 있다.
결국 건강한 노년은 ‘무엇을 먹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움직이고, 얼마나 생각하고, 얼마나 사람들과 연결되어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당구와 바둑은 그 세 가지를 한 번에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 취미라는 점에서 다시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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