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백두대간 산악관광 610억 투입…‘스쳐 가는 산’에서 ‘머무는 산’으로 바꿀 수 있을까
경상남도가 지리산권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자연과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숙박·체험·휴식이 어우러진 체류형 산악관광 기반 확충으로 ‘스쳐 가는 산’에서 ‘머무는 산’으로 관광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경남도는 ‘백두대간권 발전종합계획’에 따라 합천·산청·함양을 중심으로 4개 핵심사업에 총 61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국비 305억 원, 도비 92억 원, 시·군비 213억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다.
사업은 ▲황매산 녹색 문화 체험지구 ▲백두대간 V-힐링 스타트업로드 ▲선비문화유산 풍류 관광벨트 ▲대장경테마파크 스카이가든 등으로 구성된다.
표면적으로 보면 숙박시설과 체험공간, 자전거도로, 문화관광시설, 워케이션 공간을 결합한 새로운 산악관광 모델이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610억 원을 투입해 시설을 만드는 것과 관광객이 실제로 하룻밤 머물고 지역에서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이번 사업의 성패는 시설의 숫자가 아니라 결국 체류시간과 지역소비를 얼마나 늘리느냐에 달려 있다.
합천 황매산, ‘철쭉 명소’에서 사계절 체류형 관광지로
먼저 합천에서는 100억 원을 투입한 황매산 녹색 문화 체험지구가 9월 말 개장을 앞두고 있다.
황매산군립공원의 잣나무 군락지와 대병면 하금계곡의 자연자원을 활용해 캐빈하우스 20동, 캠핑사이트 24면, 커뮤니티센터 등을 조성했다.
황매산 하면 철쭉과 억새를 먼저 떠올리는 관광객이 많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특정 계절의 유명 관광지가 연중 체류형 관광지로 바뀌려면 철쭉이 없는 계절에도 방문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숙박시설만 만든다고 사계절 관광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을에는 숲 치유와 트레킹, 겨울에는 별 관측과 산림휴양,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계곡과 캠핑처럼 계절별 콘텐츠를 촘촘하게 구성해야 한다.
시설보다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다.
산청 밤머리재, ‘버려진 도로’를 관광자원으로
산청은 150억 원을 투입해 백두대간 V-힐링 스타트업로드를 조성한다.
국도 59호선 밤머리재 터널 개통으로 차량 통행량이 줄어든 기존 도로를 활용해 660㎡ 규모의 스타트업센터와 밤머리재 명품로드 10㎞, 자전거도로 30㎞를 조성하고 2028년 말 준공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기존 도로를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도로를 뚫고 산을 깎는 방식보다 기존 인프라의 기능 전환을 통한 재생형 관광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도 과제가 있다.
10㎞ 명품로드와 30㎞ 자전거도로를 만든 뒤 누가, 언제, 왜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자전거도로 자체가 관광상품이 될 수는 없다.
지리산 트레킹, 지역 농특산물 체험, 산촌 숙박, 미식관광, 웰니스 프로그램 등과 연결해 ‘달리고 먹고 머무는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함양은 ‘선비문화’를 체류형 관광으로
함양에서는 180억 원을 투입해 선비문화유산 풍류 관광벨트를 조성한다.
남계서원과 개평 한옥마을 등 지역의 선비문화자원을 연결하고, 수동면 원평리 일원에 2만7,353㎡ 규모의 ‘선비풍류누리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함양의 경우 자연경관만으로 승부하기보다 역사·문화 콘텐츠를 체류형 관광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전통문화 시설 하나를 새로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한옥에서 숙박하고, 선비문화를 배우고, 지역 음식을 맛보고, 전통차와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방식으로 관광객의 하루 전체를 설계해야 한다.
관광객이 사진 한 장 찍고 돌아가는 관광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소비하는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합천 대장경테마파크는 ‘관람’에서 ‘휴식’으로
합천 대장경테마파크에는 180억 원을 투입해 스카이가든 사업이 추진된다.
기존 관람 중심 시설에 명상공간과 전망카페, 14실 규모 숙박시설, 워케이션 공간 등을 더해 2030년까지 체험과 휴식이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워케이션 공간은 비수기 관광객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말 관광객만 바라보는 산악관광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매출 변동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 평일에 기업이나 프리랜서, 원격근무자 등이 일정 기간 머물 수 있다면 숙박과 음식점, 카페, 체험시설 등으로 소비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관광객 수’보다 ‘생활인구’를 늘리는 전략이 중요하다.
가장 큰 위험은 ‘산악관광 개발’이 또 다른 개발사업이 되는 것
문제는 백두대간과 지리산권이 일반적인 관광개발 지역과 다르다는 데 있다.
이 지역의 가장 큰 자산은 건축물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다.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을 계속 늘리다 보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발하고, 개발 때문에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훼손된 경관을 다시 정비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산악지역에서는 도로와 주차장, 상하수도, 전력, 폐기물 처리시설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기반시설의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사업은 단순한 관광객 증가보다 환경수용력을 먼저 따져야 한다.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받을 수 있는지, 숙박시설의 규모는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차량 진입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등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성수기만 붐비는 관광지’가 될 가능성
황매산 철쭉과 억새, 지리산 단풍처럼 경남 산악관광에는 강력한 계절 콘텐츠가 있다.
하지만 유명한 계절이 지나가면 관광객이 급감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610억 원을 들여 시설을 만들었는데 정작 1년 중 몇 달만 가동된다면 투자 효율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업 초기부터 비수기 가동률을 핵심 성과지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숙박시설의 연간 가동률, 평일 체류객 비율, 평균 체류일수, 지역 음식점·전통시장 소비액, 재방문율 등을 지속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시설을 완공했다고 사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운영 성적표를 공개하는 것까지가 사업의 책임이어야 한다.
세 지역을 따로 개발해서는 ‘백두대간 관광벨트’가 완성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핵심 문제는 합천·산청·함양이 각각 좋은 시설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관광벨트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광객 입장에서 합천과 산청, 함양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하나의 여행권역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 지역을 연결하는 통합 관광패스와 공동 브랜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합천 황매산 숙박 → 산청 밤머리재 자전거·트레킹 → 함양 선비문화 체험 → 다시 합천 대장경테마파크 워케이션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여기에 지역 농특산물과 음식점, 카페, 전통시장까지 연계하면 관광객의 소비가 특정 시설에 머물지 않고 지역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지리산권 ESG 가치여행’과 연결해야
경남도가 추진하는 지리산권 ESG 가치여행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백두대간 관광은 관광객을 많이 끌어오는 것보다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돌려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친환경 건축과 에너지 절감, 다회용품 사용, 대중교통·셔틀 이용 확대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숙박·체험·식음료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관광객이 지역에 남긴 돈이 외부 사업자에게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다시 순환하는 관광경제가 만들어진다.
610억 원의 성패는 ‘시설’이 아니라 ‘체류경제’다
경남도의 백두대간권 관광사업은 분명 기회가 있다.
합천의 황매산과 대장경, 산청의 지리산과 밤머리재, 함양의 선비문화는 각각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 자원을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다.
산을 관광지로 만드는 것과 산악지역을 관광경제권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610억 원을 투입해 숙박시설과 도로, 체험공간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지역소멸을 막을 수 없다.
관광객이 하루 더 머물고, 지역 음식점을 이용하고, 농특산물을 사고, 주민이 운영하는 체험에 참여하고, 다시 찾아오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결국 이번 사업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단순한 ‘방문객 몇 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평균 체류일수는 얼마나 늘었는가.
숙박시설은 실제로 얼마나 운영됐는가.
비수기 관광객은 얼마나 증가했는가.
지역주민의 소득은 얼마나 늘었는가.
관광객의 소비가 합천·산청·함양 전체로 얼마나 확산됐는가.
이 숫자가 610억 원의 성적표가 되어야 한다.
백두대간은 이미 훌륭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자연을 더 많이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자연과 역사·문화를 훼손하지 않고 오래 머물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남도의 백두대간 산악관광 정책이 성공하려면 ‘시설을 만드는 관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환경을 지키면서 지역에 사람과 돈이 머무는 체류형 관광경제를 만드는 정책으로 완성돼야 한다.
#경남백두대간 #백두대간관광 #경남산악관광 #경남관광 #체류형관광 #합천여행 #산청여행 #함양여행 #황매산 #황매산숙박 #황매산캠핑 #밤머리재 #밤머리재명품로드 #지리산여행 #함양남계서원 #개평한옥마을 #선비문화 #대장경테마파크 #스카이가든 #경남워케이션 #워케이션 #산악관광 #가을여행 #경남가볼만한곳 #경남여행추천 #지역소멸 #생활인구 #지역경제활성화 #ESG여행 #경남뉴스 #경남소식 #진주인터넷뉴스
전국 주유권, 편의점, 카페 등 10% 할인되는 모바일 쿠폰 '업플러스' 가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