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 66억 확보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 체감’이다
경상남도가 국토교통부 '2027년도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에 국비 약 56억 원을 확보했다. 지방비 10억 원을 더해 모두 66억 원을 투입하고, 창원 9개소와 김해 5개소 등 도내 14개소에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개발제한구역, 이른바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는다는 공익적 기능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오랫동안 토지 이용과 건축 등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
따라서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은 단순한 지역개발사업이 아니다. 규제에 따른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보완하고, 최소한의 정주 여건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장치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경남은 2001년부터 지금까지 도내 645개소에 총 2,042억 원을 투입해 도로·주차장·상하수도 등 생활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누리길, 여가녹지, 경관개선 등 환경문화사업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66억 원이 주민 삶을 얼마나 바꿀 것인가
2027년 사업은 생활기반사업 10개소와 환경문화사업 4개소로 나뉜다.
생활기반사업에는 국비 28억 원과 지방비 4억 원 등 32억 원이 투입된다. 창원 옥동마을 구거 정비, 김해 대동 예안리 배수로 설치 등을 통해 농경지 침수 피해를 줄이고 영농 및 통행 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환경문화사업에는 국비 28억 원과 지방비 6억 원 등 34억 원이 투입된다. 창원 덕산조차장 파크골프장 여가녹지와 김해 대동면 수안마을 여가녹지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행정이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주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시설인가 하는 문제다.
배수로와 구거 정비처럼 재해 예방과 직결되는 사업은 비교적 정책 효과가 분명하다. 반면 여가녹지나 체육시설은 조성 이후 실제 이용률과 관리비용까지 따져야 한다.
시설을 만드는 데 돈을 쓰는 것과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수안마을 여가녹지 조성사업 (사진 경상남도)
‘시설 조성’에서 ‘관리와 운영’으로 정책을 바꿔야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바로 사후관리다.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해 시설을 조성하는 순간 사업 실적은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파크골프장과 여가녹지, 각종 생활편의시설은 시간이 지나면서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한다. 시설이 노후화되면 추가 예산이 필요하고, 이용률이 떨어지면 결국 ‘돈 들여 만든 시설’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주민지원사업은 ‘얼마를 확보했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느냐’를 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
사업 선정 단계에서부터 예상 이용인원, 유지관리 비용, 관리주체, 연간 운영비 등을 공개하고 사업 종료 이후에도 최소 3~5년간 이용률과 주민 만족도를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단년도 예산 집행도 넘어야 할 산
또 하나의 현실적인 문제는 사업 추진 속도다.
2027년도 예산사업은 정해진 기간 안에 설계와 행정절차, 토지 협의, 공사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 주민 의견수렴이나 보상 문제가 늦어지면 사업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
특히 개발제한구역은 토지 이용과 각종 행위 제한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일반적인 생활SOC 사업보다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따라서 2027년에 예산이 내려온 뒤 사업을 시작하는 방식보다 2026년부터 설계와 주민협의, 토지 관련 절차를 최대한 선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예산을 확보하는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집행 능력이다.
창원·김해 집중, 형평성 논란도 살펴야
이번 사업은 창원 9개소, 김해 5개소 등 두 지역에 집중된다.
개발제한구역 분포 등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 사업이 집중될 경우 다른 지역 주민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경남도는 단순히 사업 대상지를 발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왜 이 지역이 선정됐고,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결정했는지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히 침수 위험도, 기반시설 노후도, 주민 수혜 규모, 고령화 정도, 사업 시급성 등 객관적인 지표를 공개한다면 지역 간 형평성 논란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동읍 자여 체육시설 조성사업 (사진 경상남도)
‘그린벨트 주민지원’은 보상이 아니라 상생의 문제다
개발제한구역은 도시 전체를 위한 공익적 규제다. 그렇다면 그 공익적 규제를 감당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지원 역시 일회성 사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
도로 하나를 정비하고 배수로 하나를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교통·주차·생활편의·재해예방·여가시설을 종합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더 나아가 주민들이 사업의 대상자가 아니라 사업의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여가녹지나 마을공동시설의 경우 주민협의체와 마을조직이 관리에 참여하고,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과 연계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국비 56억, 성과는 ‘확보’가 아니라 ‘변화’로 증명해야
경남도의 국비 56억 원 확보는 출발점으로서는 의미가 있다. 지방비를 포함해 총 66억 원이 투입되는 만큼 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에도 일정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비를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 정책 성과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66억 원을 어디에 썼는지가 아니라, 그 돈으로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은 ‘규제받는 주민에게 시설 하나를 만들어주는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도시의 공익을 위해 규제를 감내해온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생활권을 돌려주는 정책이어야 한다.
국비 56억 원 확보는 성과가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경남도와 창원시, 김해시가 보여줘야 할 것은 예산 규모가 아니라 주민의 삶이 실제로 좋아졌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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