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물은 누구의 것인가…반도체 용수에 밀리는 하동 재첩
재첩 서식에 필요한 유량은 초당 15.03톤, 현재 취수제한 기준은 7.94톤…산업용수 확보를 위해 하류 생태계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본격화하면서 섬진강 하류의 물 부족과 염해 문제가 새로운 갈등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상류에서 물을 더 가져가면 하류로 내려오는 물이 줄고, 그만큼 바닷물이 더 깊숙이 올라올 가능성이 커진다.
하동군과 경남도의회가 9월 17일 정책토론회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주관 실증조사와 하동군 연구용역에서는 재첩의 적정 서식 염분을 10~15psu로 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송정리 기준 초당 15.03톤의 하천유지유량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반면 현재 취수제한 유량은 초당 7.94톤이다.
숫자만 놓고 봐도 간극은 크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이 필요로 하는 물 역시 막대한 국가적 자원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산업용수 공급 확대의 비용을 섬진강 하류의 어업인과 농업인, 생태계에 떠넘기는 방식이라면 물관리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하동의 재첩은 단순한 지역 특산물이 아니다. 섬진강 하구는 재첩과 참게, 은어 등이 서식하는 자연형 하구이며,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논의는 “물을 더 확보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도체 산업용수는 산업용수대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섬진강에는 생태계가 버틸 수 있는 최소 유량을 보장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대체 수자원 확보에 국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동군이 요구하는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재 섬진강 유역은 여러 행정체계로 관리되고 있어 상·하류를 하나의 물길로 바라보는 통합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경남도의회도 지난 7월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과 경남 설치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의결했다.
다만 유역환경청 입지는 하동만의 문제도 아니다. 현재 하동을 비롯해 광양·구례·곡성·남원 등 여러 지자체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관 유치 자체보다 섬진강 전체를 하나의 생태·수자원 체계로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산업 발전은 필요하다. 그러나 산업 발전의 이름으로 강의 하류가 말라가고 재첩이 사라진다면 그 비용은 결국 지역사회가 부담하게 된다.
섬진강의 물을 먼저 나누고 산업용수를 배분할 것인가, 산업용수를 확보한 뒤 남는 물을 하류에 흘려보낼 것인가.
이제 선택의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강은 개발사업의 부속물이 아니다. 더구나 재첩은 물관리 실패의 피해를 대신 떠안아야 할 존재도 아니다.
반도체는 국가가 책임지고 물을 확보하고, 섬진강은 국가가 책임지고 살려야 한다.
그것이 산업과 환경을 함께 가져가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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