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 면사무소 공무원, 14억 원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행정 내부통제 도마
169차례 지출결의 임의 처리…공직자 개인 일탈 넘어 ‘감시 시스템 부실’ 따져야
거창군 한 면사무소의 회계 담당 공무원이 약 14억 원에 달하는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월 4일부터 9월 16일까지 토착비리 특별단속을 벌여 전국에서 1,863명을 단속하고 2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남에서는 61건, 241명이 단속됐으며 이 가운데 1명이 구속됐다.
문제의 핵심은 거창군 사건이다.
해당 공무원은 면장과 부면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행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지출결의서를 임의 처리하는 방식으로 169차례에 걸쳐 13억9,587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공무원을 구속했다.
이 사건을 단순히 한 공무원의 개인 비위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금이 한두 차례도 아니고 169차례나 빠져나가는 동안 내부 결재와 회계 관리 시스템은 무엇을 했는지, 상급자의 확인 절차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장기간 이상 거래를 걸러낼 장치는 없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특정 공무원의 돈이 아니다. 주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공공재정이다. 따라서 공금 횡령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행정 신뢰와 지방재정 관리체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경찰이 전국적으로 단속한 토착비리에서도 권한남용과 재정비리가 전체 단속 인원의 88.8%를 차지했다. 공공기관 내부의 권한과 회계 시스템이 부패의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거창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회계 담당자에 대한 교차검증, 지출결의 이중 확인, 이상 거래 자동탐지, 상시 감사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공금은 ‘믿고 맡기는 것’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믿되 반드시 확인하는 시스템, 그것이 지방행정의 기본이다.
경찰은 오는 10월 31일까지 특별단속을 이어간 뒤 11월부터 ‘지역 유착비리 특별단속 2.0’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거창군 사건이 단순한 처벌로 끝나서는 안 된다. 누가 훔쳤느냐와 함께 왜 169차례나 막지 못했느냐를 밝혀야 한다. 주민이 원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감찰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 행정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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